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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w Burtner - Icefield (Ravello, 2022)

komeda 2022. 6. 13. 22:57

미국 작곡가 Matthew Burtner의 앨범. 색소폰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컴퓨터 음악가인 메튜의 음악적인 성과는 메타색소폰과 에코어쿠스틱 등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창의적인 개념들로 요약할 수 있다. 컴퓨터와 색소폰을 연결해 악기의 기존 음향 기능을 유지하면서 컨트롤러의 기능까지도 수행하는 전자 악기의 역할을 하는 메타색소폰이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음향 정보를 연주 및 공연의 구조에 포함하는 에코어쿠스틱 등은, 전에 없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전자음악에서의 시도와는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기존의 기악 및 음악의 구조에 도입하여 여러 요소들 사이의 인과성과 관계를 다시금 정의하는 시도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접근을 활용하면서 기존의 음악적 구조를 새롭게 정의하지만, 메튜의 음악은 실험적인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우리 주변의 일상적 호흡과 자연적 경험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앨범은 메튜의 음향 생태학적 관점을 다양한 기악적 편성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작업으로, 극지방의 자연환경을 음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Glacier Music (2019)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메튜가 알래스카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환경 및 기후와 관련된 최근의 이슈를 일정 부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되기도 하는데, 특히 EcoSono Ensemble이나 A4E Ensemble과 같이 환경과 예술에 대한 자신들만의 고유한 관점을 제안하는 그룹이 연주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생각에 확인을 갖게 한다. 이들 앙상블 외에도 앨범에는 BLE LTER, Colin Malloy, Chrysi Nanou 등이 참여하고 있어, 앨범은 각 트랙이 지닌 개별적인 고유성을 더욱 부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의 곡들은 담당 그룹과 연주자의 기악적 특성이 강조되는 모습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튜의 고유한 음향학적 울림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필드 리코딩을 통해 구현하는 묘사적인 분위기는 물론, 기악적 편성을 통해 오디오와 현장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서서히 지움으로써 차가운 극지방의 공기를 초현실적인 사운드스케이프로 만들어내는 탁월함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고유한 개별적 특징을 지닌 여러 앙상블과 뮤지션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다양성은 단조로울 것만 같은 극지방의 생생한 다양성을 극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때로는 도시의 풍요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전달하는 듯하다. 생태 및 환경을 모티브로 하는 몇몇 예술적 시도들이 보여주는 프로파간다를 메튜의 음악에서 상상한다면 큰 오해일 것이며, 고전적인 기악과 일렉트로닉이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인과관계에만 주목하더라도. 이번 앨범이 전해주는 인상적인 경험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2022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