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hias Vogt - Pianissimo (INFRACom!, 2022)
독일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Matthias Vogt의 앨범. 마티아스의 음악 경력은 참으로 독특하다. 1980년대 말에 교회 음악가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았고, 이후 록 그룹을 결성했으며, 1990년대부터는 여러 밴드에서 키보드 연주자는 물론 DJ 활동도 병행하게 된다. DJ Matt라는 이름으로 전자음악 분야에서 프로듀서로도 활동하는 한편 재즈와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게 된다. 실제로 마티아스는 여러 재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다양한 양식의 연주를 선보이는 한편 자신의 재즈 그룹을 결성해 활동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번 앨범에는 기타 Daniel Stelter와 드럼 Demian Kappenstein이 참여하고 있어 재즈 트리오의 형식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음악적인 내용에서는 기존 마티아스가 선보였던 다양한 장르적 경험들을 응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재즈, 록, 일렉트로닉, 미니멀리즘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활용되고 있지만, 어느 특정한 장르적 우위를 전제로 하지 않은 듯한 유연한 유기체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앨범 전체를 하나의 균일한 분위기와 톤으로 강하게 이끌어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조금은 암울하면서도 낙관적인 서사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는 다양한 유형적 특징을 지닌 곡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적 고유함처럼 전해진다. 어쩌면 이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인류가 경험한 비극적이고 무기력한 현실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 대해 마티아스는 자신의 방식에 따라 음악을 통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부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패턴의 아르페지오로 이루어진 연주를 정교하게 구성된 코드의 진행에 따라 이어가는 플로우는, 마치 루프처럼 반복적인 순환을 이루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위에 양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임프로바이징은 절제되고 신중하기만 하다. 드럼 머신으로 시퀀싱 한 듯한 데미안의 비트 패턴과 진행은 물론 사운드조차도 마치 리얼 세트를 정교하게 흉내 낸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함께 연주를 이루는 공간 역시 유기적인 인터렉티브의 형상보다는 정교하게 얽힌 사운드의 조합처럼 들리고 있어, 마치 실제 연주가 아닌 다양한 시퀀싱의 레이어링으로 완성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퍼포먼스의 개인적인 역량 대신, 곡 전체가 지닌 고유의 분위기나 메시지에 더욱더 중점을 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대신 기계적이라는 인상보다는 냉철하다는 느낌이 강하며, 이는 어쩌면 현실에 대한 마티아스의 정치적 소신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앨범에는 기후변화, 보건,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인류의 현안 이슈와 관련하여, 마티아스 자신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와 직업군의 시민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앨범이 보여주는 분위기는 이와 같은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인터뷰 내용은 물론 이번 작업에 담긴 메시지만으로도 음악가는 결코 현실을 결코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불안이나 비관만이 앨범이 전하는 유일한 메시지는 아니다. 앨범이 결말에 이를수록 마티아스는 희망에 대한 의지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기도 하는데, 다양성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그 안에서 유대 혹은 연대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음악가의 소명에 관한 질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실 이슈와 관련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을 직설적인 프로파간다나 아지테이션이 아니라 예술의 언어로 전달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인상적인 성과로 볼 수 있으며, 음악 그 자체로 전달하는 미적 표현 또한 매력적인 작업임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