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ro Campobasso & Mauro Manzoni - Vanishing Point: Music, Life and Friendship on a Motorcycle Trip Through Europe (Parco Della Musica, 2022)
기타리스트 Mauro Campobasso와 색소폰 연주자 Mauro Manzoni의 공동 프로젝트 앨범. 두 마우로의 인연은 1990년대 말 기타리스트가 결성한 퀸텟 Image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 둘은 200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공동명의로 인상적인 일련의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아쉽게도 이들의 작업은 Stanley Kubrick 감독에 대한 헌정을 담은 Ears Wide Shut (2011)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이어지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선보인 두 마우로의 공동 프로젝트 앨범인 셈이다. 이들이 보여준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적 유연성에 있다. 실제로 이들은 재즈 외에도 록이나 일렉트로닉과 같은 주변 장르의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정통적인 표현에서부터 실험적인 양식에 이르는 범주 내에서 포괄적으로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개별적인 활동에서뿐만 아니라 두 마우로의 공통 프로젝트에서도 관찰되는 특징으로, 이번 작업에서는 그동안의 공백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이전에 비해 더욱 포괄적이며 다양한 표현들을 종합하는 듯한 연주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거의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오토바이를 이용한 독일 여행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앨범 제목은 Richard C. Sarafian 감독의 로드 무비 Vanishing Point (1971)에서 빌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드럼 Walter Paoli, 베이스 Stefano Senni, 트럼펫 Andrea Giovannitti 등을 비롯해 Gaia Mattiuzzi, Arianna Cleri, Federica Orlandini, Claudia Pantalone 등이 보컬과 보이스를 협연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그 요소를 종합하는 두 마우로의 취향은 이번 앨범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는 장르적인 특징 외에도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융합을 통해서도 관찰된다. 프로그레시브 록, 현대 작곡 및 클래식, 프리 임프로바이징 혹은 실험적인 양식은 물론 정통적인 밥 스타일과 대중적인 취향의 연주에 이르는 폭넓은 장르적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의 곡은 고유한 장르적 특징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관계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의 교집합을 통해 다면적인 형식의 표출을 이루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특징을 대질해가며, 의도적인 조화 대신 긴장을 통해 의외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방식은, 마치 ‘소실점’을 향해 수렴해가는 극적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활용에서 전체적으로는 연주 악기의 비중을 우위에 둔 모습을 보이며, 각각의 사운드가 지닌 고유한 특징과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라우 한 방식을 통해 앨범 전체의 통일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는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조직되어 흡사 한 편의 로드 무비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흥미진진한 여정을 완성하고 있다. Music, Life and Friendship on a Motorcycle Trip Through Europe이라는 부제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앨범이다.
202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