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Max Cooper - Unspoken Words (Mesh, 2022)

komeda 2022. 3. 26. 17:43

영국 전자음악가 Max Cooper의 앨범. 막스는 테크노와 하우스 신에 머물면서도 다양한 이미지와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구체화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또한 막스는 일렉트로닉 무대에서 활동하면서도 재즈, 클래식, 팝 등과 같은 주변 장르의 표현을 자신의 언어에 수용해 그 경계의 모호성을 탐험하며 그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음악적 실천을 통한 해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Mesh 레이블을 설립해 음악, 무용, 건축, 영상은 물론 여기에 수학과 과학까지 포괄하여 통합적 사고를 제안하는 컴퓨터 생물학 박사 학위 소유자다. 막스의 통산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 해당하는 이번 작업의 제목 ‘무언의 말’은 그 단어가 지닌 상징적 표현을 통해 음악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막스는 이에 대해 “내부의 불화에 직면하여 더 큰 연결과 더 큰 표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지반과 통합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조명”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험한 의식과 언어의 불일치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음악은 언어를 우회한다”라고 밝히고 있어, 이번 작업의 출발은 개인적인 요구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사적인 표현인 동시에 보편적 담론이 지녀야 할 개념적 추상을 전제로 하는데, 막스는 이를 “정신 상태의 가공되지 않은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위해 막스는 전자 음악의 기본적인 표현에 충실한 재현을 바탕으로 그 요소들을 구조화하는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모듈러와 고전적인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등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한 사운드를 주로 활용하여 앰비언트에서부터 드론, IDM 및 비트 펌핑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일렉트로닉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스타일로 수렴되지 않아 보이지만 13개의 트랙은 일련의 내러티브적 서술을 지니는 과정처럼 이어지며 거대한 음악적 플로우를 완성한다. 이와 같은 연관성을 상징하는 것은 고전적인 양식의 사운드가 주는 익숙한 정서적 동질감이며, 글리치 하면서도 러스티 한 패턴의 노이즈가 덧입혀진 듯한 전체적인 텍스쳐는 마치 막스의 의식과 사고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개입하는 잔상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그 연속성을 더욱더 세밀하게 청각적으로 완성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마치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형식에서는 음악이 갖춰야 할 미적 완성도에서는 단 한 발도 물러섬이 없어 보이여,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막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떠나 음향 자체가 주는 쾌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20220326

 

 

 

related with Max Cooper

- Bruce Brubaker & Max Cooper - Glassforms Versions (InFiné,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