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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quíades - Keep a Seed (Canigou, 2019)

komeda 2019. 6. 5. 00:25

 

런던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Carlos Perea-Milla의 프로젝트 멜끼아데즈의 두 번째 앨범. 전작 Imaginary Sounds / A Map (2016)에서 보여줬던 혼란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명료한 표현으로 자신의 음악적 지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실험적인 앰비언트와 포크의 기악적 표현을 접목하려 했던 전작의 경우 형식적 구성에서 다소 과한 의욕이 앞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면, 이번 앨범은 분명한 요소적 선택과 적합한 방식의 활용이 돋보인다. 결과적으로 앰비언트를 바탕에 둔 포크적 표현이 보다 명료한 방식으로 힘을 얻는다. 어쿠스틱 기타의 역할이 전면에 부각되기는 하지만 처음 의도했던 장르적 특징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플루트, 피아노, 첼로 등 고전 악기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악적 표현의 디테일을 완성하기도 하고, 전자 악기의 제한적 개입을 통해 앰비언트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도 한다. 멜끼아데즈의 이번 앨범은 철저하게 이미지 중심의 묘사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전통 악기의 기악 연주가 구성하는 테마와 때로는 상반을 이루며 묘한 대비의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메시지와 이미지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이루며 대칭적 긴장을 형성하지만 결과적으로 늘 후자의 잔상이 강하게 기억된다. 전작과 비교하면 멜끼아데즈의 표현이 보다 명료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앨범 전체의 구성에는 여전히 과한 욕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별 이미지들 사이의 연관은 때로 모호하며, 이를 부연하기 위한 여러 장치는 가끔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개별 곡 하나하나에서 보여준 진지한 상상력은 귀 기울여 볼 여지가 충분하다. 듣는 이의 일상 영역에 끊임없이 도발하려 하지만, 귀와 스피커 사이의 거리를 재확인시켜주는 음악이다. 이 앨범의 미덕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