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uel Angel Tolosa - Nostalgia: Circa 1987 (Line,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스페인 출신 작곡가 겸 사운드 엔지니어 Miguel Angel Tolosa의 앨범. 지금까지는 주로 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구조화된 일련의 체계를 음악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에 사실상 그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음악적 구성에 맞춰진 일종의 사운드 콜라주와 같은 성격도 보이는가 하면 반복적인 음향과 효과 그 자체가 유발하는 긴장을 강조하는 등 무척 단순하면서도 난해한 세계관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역시 큰 범주에서 이와 같은 미구엘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음악과는 다른 이 앨범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번 타이틀에서도 드러난 '향수'라는 키워드가 녹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구엘이 이야기하는 향수는 비교적 구체적인 것으로 1987년이라는 시기를 특정하고, 10대 청소년 시절이었던 당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처음으로 확인했던 계기와 연관되어 있다. 이 시기에 미구엘은 테이프 녹음 장치를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앨범에는 이와 같은 청소년 시절의 경험을 투영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기록에 대한 기억을 다루고 있다는 독특한 모티브는 고스란히 앨범의 음향적 특징에도 드러난다. 전자 악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특유의 음향을 배제하고 어쿠스틱 연주 악기에 최대한 가까운 사운드를 이용해 녹음을 진행하고 있으며, 곡의 편곡이나 구성이라고 할 것조차 없는 무척 간단한 구조의 음악이 대부분이다. 테이프 루프 장치를 이용한 듯한 미니멀 한 테마의 반복적인 시퀀스의 단순한 진행이 주를 이루는데, 디테일한 기록과는 다른 왜곡을 반영한 기억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이와 같은 플로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노스탤지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음향의 활용도 두드러지는데, 의도적인 아날로그 테이프 노이즈의 강조는 물론 마그네틱 리코딩의 열화 된 사운드 특유의 로우-파이적 특징 또한 부각된다. 향수가 불안을 회피한 기억의 활동이라면 어쩌면 이 앨범은 우리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2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