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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halis Kalkanis Group - Emotions (United We Fly, 2022)

komeda 2022. 6. 15. 22:16

그리스 더블 베이스 연주자 Mihalis Kalkanis의 앨범.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미할리스는 다양한 세션을 비롯해 여러 편의 인상적인 개인 작업을 선보이며 그리스의 창의적인 베이스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문화와 문명의 접경지이면서 고유한 전통을 지닌 그리스 출신답게, 그의 음악은 다면적인 장르적 혼용을 이루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간직하고 있다. 재즈가 지닌 언어의 특성이 지역적인 개별성과 결합해 이루는 독특한 융합은 이미 다양한 예시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미할리스는 여기에 현재성을 더하며 보다 더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필드 리코딩이나 전자 사운드와 같은 기술적인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기존의 융합 방식에 활용하면서 유니크 한 특징을 부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예가 World Echoes in Athens (2015)에서 선보인 음악적 대담함이 아닐까 싶은데, 할머니가 부른 전통 민요를 비롯해 이민자의 종교의식에서 채집한 음원을 모티브로 개별적 특성이 보편적 울림으로 전환하는 창의적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미할리스의 가장 큰 매력은 동서양을 아우르면서도 그 안에 보편성을 담아내는 방식에 있다. 때로는 이미지너리 한 신비감을 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서정적이면서도 다양한 감성과 색감을 담아내고 있어, 그의 대담한 창의성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방식에서는 무척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수용을 전제로 한다. Mihalis Kalkanis Group의 타이틀로 선보인 이번 앨범 역시 이러한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전통악기 리라 Lefteris Andriotis, 드럼/퍼커션 Vasilis Baharidis, 피아노/키보드/시퀀서 Orestis Benekas, 클라리넷 Christos Kalkanis 등으로 이루어진 MKG는 지난 3년 동안 축적한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이번 첫 번째 앨범에 담아내고 있다고 전하는데, 실제 녹음 또한 Megaron The Athens Concert Hall에서 라이브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음악은 홀의 독특한 리버브를 표현하고 있지만 연주는 엄밀한 기악적 구성에 따라 작곡의 의도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준다. 재즈 특유의 인터랙티브 한 표현보다는 치밀한 구성을 통해 완성되는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의 앙상블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쿠스틱과 전자 장치 및 효과의 활용 또한 섬세한 균형을 통해 극적인 완성을 이루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동양적인 감성이 서양적인 음악적 팔레트에 안정적인 형식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표현하고 있는 음악적 이미지는 풍부한 색감과 더불어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이 모든 진행은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된 빌드-업 형식을 취하면서 나름의 음악적 몰입을 제공하기도 하며, 특히 민속적인 테마를 은연중에 드러내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인상적인 멜로디의 힘은 MKG의 음악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장르적 양식의 개별성을 직접 다루면서도 이를 보편적인 표현으로 통합하고 있는 대담하면서도 안정적인, 무엇보다 감성적인 색채와 풍부한 이미지가 가득한 앨범이다.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