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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 - Partager l’ambulance (Bonsound, 2021)

komeda 2021. 3. 8. 18:00

피아노/신서사이저 Jérôme Beaulieu, 드럼 William Côté, 베이스 Simon Pagé 등으로 구성된 캐나다 재즈 트리오 Misc의 앨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낯선 뮤지션을 마주쳤을 때 그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커버 아트와 타이틀이다. 표지와 제목에 나온 '공유 앰뷸런스'의 모습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트랙을 플레이했을 때만 해도 다소 오디너리 하지만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계속 듣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2분 정도 지나면서 이들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는 반전을 연출한다. 트리오 구성을 통해 재즈의 표현은 물론 그 경계를 확장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독특하고 기발하다. 이들이 연주나 트리오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는 많은 선례에서 이미 봐왔던 익숙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주 악기의 기본적 특징 또한 고스란히 활용하고 있고, 임프로바이징을 구성하는 모던한 스타일 역시 장르적 규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순간 듣는 이의 허를 찌르기 위해 매복해 있는 샘플링이나, 이후 급작스러운 반전을 이루며 언어와 표현까지도 뒤바꾸는 공격적 태도는 마치 서로 다른 두 진영이 패를 나눠 전투를 벌이는 듯한 극단적인 긴장감을 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진행이 드라마틱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기생충"에서 문광이 인터폰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장르적 변이가 발생한 것처럼, 트리오의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정반합의 양상이 트랙마다 매번 다른 양식으로 이어진다. 믹스 앤 매치 패션처럼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질적인 장르적 대질이 남다른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앨범을 다 듣고 커버 아트를 다시 본다면 무릎 '탁' 치며 그 절묘한 일체감에 감탄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천재 아니면 돌+I 둘 중 하나다.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