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cof - The Alias Sessions (The Leaf Label, 2021)
유럽에서 활동 중인 멕시코 작곡가 겸 프로듀서 Fernando Corona의 솔로 프로젝트 Murcof의 앨범. 80년대 말부터 시작한 페르난도의 음악 여정을 한 줄로 표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중음악이나 EDM은 물론 프로그래시브 록, 재즈 록, 아방가르드, 클래식 등에 이르는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2000년대 들어 Murcof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면서 선보인 음악들은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를 배경으로 모던 클래시컬의 표현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들을 표방하면서 일련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Erik Truffaz나 Vanessa Wagner 등과 같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의외의 놀라운 성과를 이루는가 하면,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는 지속적인 변모의 과정을 최근까지도 거치고 있다. 이번 작업 역시 페르난도의 의외성과 더불어 그의 음악적 역동이 현재 진행형의 사건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안무가 Guilherme Botelho가 중심이 된 스위스 Alias 무용단을 위한 곡들이 담겨 있다. 페르난도는 이미 영화나 영상을 위한 음악을 제작한 경험이 있지만 서사적 내러티브가 배제된 현대 무용을 위한 음악 작업은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앨범은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2017년 공연인 'Contre-Mondes'를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2018년 무대 'Normal'에 사용된 것이다. 앨범은 마치 음악의 기본적인 언어들이 추상화된 듯한 공간에서 개별적인 사운드들이 마치 자율적인 유기체처럼 이동하며 서로 대치하거나 대비되며 무한한 형상의 변화를 이끄는 것처럼 들린다. 저역에서부터 고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개별적 묘사로 가득한 다양한 사운드들이 등장하는데, 서로 연관이 없을 것만 같은 소리들이 중첩되어 만드는 기묘한 긴장은 물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관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는 상당히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주의를 기울여 들으면 들을수록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사운드 그 자체가 주는 희열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페르난도의 모든 음악 활동을 갈아 넣은 듯한 강한 힘을 지닌 앨범이다.
202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