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ïssam Jalal - Quest of the Invisible (Les Couleurs du Son, 2019)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 출신 플루트 연주자 나이쌈 자랄의 신보. Leonardo Montana (p)와 Claude Tchamitchian (b)이 참여해 트리오로 녹음된 이 앨범은 지금까지 자랄이 선보인 음악의 연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랍적 정서를 현대 음악과 재즈의 즉흥 연주의 표현을 통해 표출하고 동양적 정경을 서양 언어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독특함을 이번 작업에서도 반영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이 매력적인 것은 아랍적 혹은 동양적 정서를 단순히 교조적인 측면에서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상적 정서에서 자신의 음악적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접목함으로써, 현대 음악 혹은 재즈의 시각에서도 새롭게 시선을 환기할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하고 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시도는 많이 존재하고, 어쩌면 월드 뮤직의 범주가 재즈라는 장르와 접점을 찾으려 했던 오랜 경험을 떠올리면 신선한 성과로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자랄의 이 앨범은 기존의 방식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지점이 존재한다. 트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자랄은 유러피언 특유의 공간 개념을 활용한다. 음악적 합의에 기반을 둔 피아노와 베이스의 독립된 자율 공간에 동양적 은유를 내포한 에소테릭 한 플루트의 라인이 더해지면서, 마치 이질적 요소들이 예상하지 못한 캐미컬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화학반응은 신중하고 긴밀하지만 의외로 빈 공간을 폭넓게 연출하고 있어 듣는 이의 감정과 사색이 개입할 여지를 충분히 허용한다. 재즈의 모달 어프로치와 중동적 펜타토닉의 연관을 서양인의 시각에서 사고한 피아노의 역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랍적 멜로디와 유럽적 공간 구성 사이의 균형점은 결과적으로 자말이 의도한 방향으로 넘어가 있지만, 그 긴장마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뜨거워지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
20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