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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a Skvortsova Trio - Empathy (FancyMusic, 2021)

komeda 2021. 3. 29. 23:53

러시아 재즈 피아니스트 Natalia Skvortsova의 트리오 앨범. 녹음에는 베이스 Daria Chernakova와 드럼 Alexander Zinger가 참여하고 있다. 소비에트 연합의 종주국이라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과연 재즈가 그곳에서 가능할까 싶지만, 국영 Melodiya 시절 현대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몇몇 타이틀이나 연방 해체 이후 Boheme Music과 같은 군소 전문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들을 들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와 남다른 독창성을 겸비한 수준에 놀라게 된다. Fancymusic 레이블은 그 전통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며, 현대의 새로운 음악 출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자국에서는 러시아의 ECM으로 비유하곤 한다. 나탈리아는 1974년생으로 해외 언론에서는 그녀를 '러시아 재즈 언더그라운드의 얼굴'이라 소개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크고 작은 여러 밴드에서 활동 경력을 쌓았고 Fancymusic을 통해 발표한 그녀의 앨범은 유럽 재즈 차트에 오르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첫 트리오 앨범으로 전해지는데,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에 모던한 스타일로 명료하게 진행되는 연주에서 러시아라는 지역적 색을 찾기란 쉽지 않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모던 크리에이티브의 특징적 양상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언어적 규범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한된 코드와 스케일 속에서도 본능에 가까운 속도로 창의적인 라인을 이어가는 풍부한 상상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즉흥 공간을 개방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한 점은 탁월한 음악적 전략으로 보이며, 그 모든 순간의 모티브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유연한 응집력은 나탈리의 연주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미묘한 감각과 감정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음악적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