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o Muhly - Pachinko: Season 1 (Lakeshore, 2022)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Pachinko: Season 1 (2022)의 OST.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총 4개의 시즌으로 기획된 드라마의 첫 번째에 해당한다. 매주 1편씩 공개되는 에피소드는 아직 시즌이 종결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릴리즈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지닌 힘과 깊이를 경험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물론 원작의 각색 과정에서 축약되거나 소설의 구조적 무결성이 시각적인 방식으로 해체되는 불만이 존재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다루고 있는 서사의 힘과 몰입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듯싶다. 개인의 가족사를 시대의 상황과 연관 짓는 방식도 훌륭하고, 특히 1930년대와 1980년대를 번갈아 오가는 전개에서 주인공 선자를 통해 연결하는 과정 또한 흥미와 몰입을 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감정기 시절 한국에서의 생활은 곤궁했고 80년대 재일교포로 생활이며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세대에 걸쳐 연결되는 가족은 충성심을 의심받고, 동화와 복종의 강요는 지속된다. 특히 드라마 일부 장면에서 다루고 있는, 오늘날 일본으로서는 감추고 싶은 과거의 금기와 그 일면들을 Apple이라는 미국 거대 자본이 보란 듯이 다루고 있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한다. 과거는 현재를 향해 나가고, 현재는 과거를 견인하며 연결하는 드라마의 진행은 인상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거대한 서사를 안정감 있게 완성한 연출로 인해 큰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카메라 워킹이나 컷 편집은 물론 화면 구성과 색감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다른 결을 느끼게 하여 이 또한 신선하다. 여기에 음악 역시 큰 비중의 역할을 담당하며 신 하나하나의 디테일은 물론 이야기의 전개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미국 현대 클래식 작곡가로 실내악, 교향악,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활동을 선보인 Nico Muhly는, 두 시대적 배경을 지닌 가족 4대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 있어 현악을 중심으로 하는 고전적인 텍스쳐를 바탕으로 일렉트로닉을 이질감 없이 혼용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두 시대를 넘어선, 2020년대의 표현은 1930년대와 80년대를 공통된 정서적 공감 속에서 다루려는 전략으로, 드라마 전개 구조상 적합한 표현의 선택으로 보인다. 니코의 음악은 극 안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배경 인서트에서 신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연결하며 정서의 흐름을 유도하는가 하면, 침묵으로 이어지는 순간의 미묘함과 긴박함을 대신 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의 표정과 오버랩되며 흐르는 곡은 마치 순자가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독백하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모든 면에서 극의 흐름과 온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드라마 안에서 보여준 음악의 존재감이 워낙 절대적이었던 탓에, 앨범만 듣다 보면 조금은 평이하게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음악 그 자체로 경험할 수 있는 만족감은 당연히 유효하다.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