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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D - Talka (Form Resonance, 2021)

komeda 2021. 5. 16. 22:52

러시아 전자음악가 Andrei Antonets의 솔로 프로젝트 OID의 앨범. 감각적인 비트와 화려한 신서사이저의 사운드가 지배적이었던 기존 안드레이의 음악과 달리 이번 앨범은 다분히 정서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앨범을 들으며 문득 떠올랐던 것이 Andrei Tarkovsky의 영화들이었는데, 상징적 묘사로 가득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감독의 시네마틱 한 미장센이 앨범의 음악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990년대 후반 무엇이 우리 사회를 문화적 과잉으로 이끌어 타르코프스키의 80년대 3부작이 극장에서 흥행 성공하는 기현상을 가능하게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적어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Alexandroid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던 안토네츠가 지금 다시 과거의 기억을 소환한다는 것은 기묘하고 흥미롭다. 어쩌면 안토네츠의 이번 앨범이 전하는 이미지너리 한 묘사와 시네마틱 한 분위기가 다분히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음악적인 구성 자체는 복잡하지 않고 표현 또한 비교적 명료하지만, 이번 앨범은 안토네츠의 기존 그 어떤 작업보다 내러티브가 구성하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 마치 OST의 전곡을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누아르 풍의 엄중함이 지배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서서히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한순간에 불안한 평온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다시 비현실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가 이어가며 하나의 집요한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듯하지만, 사운드나 효과 자체가 강한 추상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그 의미에 직접 도달하기에는 많은 사고의 과정이 필요할 듯싶다. 어쩌면 이러한 순간들 때문에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가 연상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을 다 배제하더라도 음악 그 자체가 이루는 미적 완성도는 흠잡을 곳이 없다. 그래서 더욱 고인의 영화가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