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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 Ralfe - Notes From Another Sea (Ghost Ship, 2018)

komeda 2018. 5. 15. 11:46


영국의 작곡가 올리 랄프의 솔로 데뷔 앨범. 랄프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Ralfe Band라는 그룹을 이끌며 음악 활동을 이어온 나름 중견 뮤지션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밴드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고 랄프 개인 또한 이렇다 할만한 작업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작년 초 Piano Day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재기를 알렸고 마침내 오늘의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지난 랄프 밴드와 이번 피아노 작업 사이에는 커다란 음악적 간격이 존재한다. 밴드에서는 주로 인디 팝 혹은 포크에 기반을 둔 음악적 특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솔로 작업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지반 위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담고 있다. 본인 스스로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자기 음악의 핵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지난 시절 작곡과 편곡에서 중심을 이루었던 악기 하나만으로 새로운 자신의 앨범을 구성하고 싶은 욕망도 함께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랄프는 변화된 음악적 지반 위에서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앨범은 순수한 피아노 솔로로 진행되는 연주와 현악과의 협연을 담은 부분을 함께 다루고 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이 워낙 일상적이고, 상당 부분 정서와 그 흐름을 주요 모티브로 하는 사적 감정의 표출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랄프의 경우에는 이와는 조금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섬세한 작곡은 물론 이를 재현하는 연주 그 자체에도 상당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절제된 기교도 종종 관찰되는데 이는 분명한 인과성을 전제로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나타난다. 고가의 공연용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가정용 중에서 비교적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피아노를 선택한 점도 일정 부분 의도가 반영된 대목으로 느껴진다. 현악의 도움을 받았지만 화려한 구성 대신 마치 피아노의 잔향 같은 효과에서 그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솔로의 중심적 공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계열의 다른 앨범들과는 느낌이 다른 고급스러운 사운드 텍스쳐를 완성하고 있다.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201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