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 Animal - Other Animal (Traumpton, 2018)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독미 연합 쿼텟 OA의 신보. 쿼텟은 독일인 형제 Peter Meyer (g)와 Bernhard Meyer (b)의 주도로 결성되었으며 Wanja Slavin (as, cl, synth), Jim Black (ds) 등이 함께하고 있다. 짐 블랙이라는 압도적인 인물의 존재로 메이어 형제의 입지가 가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각자의 개인 활동과 더불어 몇 개의 인상적인 그룹 작업을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쿼텟 또한 그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지난 작업에 대한 신세시스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쿼텟의 포맷만 놓고 보면 10여 년 전의 MSV Brecht라는 밴드의 구성과 동일하지만, 음악적인 내용 면에서는 최근의 Melt Trio와 더 근접했다는 느낌을 준다. 조금 엄밀하게 말한다면 Melt Trio에서 선보였던 부유하는 듯한 공간감과 여리고 섬세한 사운드 텍스쳐를 확장하면서 기존의 쿼텟 포맷에 의지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사실상 이번 OA 쿼텟이나 기존 트리오에서 메이어 형제가 담당했던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선보이는 사운드나 음악적 방향성 또한 같은 선상에서 관찰해도 무방할 만큼 차이보다는 동질감이 더 크다. 그런데도 이번 앨범은 전에 볼 수 없었던 OA 쿼텟만의 고유한 음악적 표현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진행 과정에서 임팩트 강한 효과처럼 개입하는 블랙의 드럼이나 냉소적인 내레이션처럼 라인을 이어가는 슬라빈의 연주는 기존 메이어 형제의 언어와 결합하여 예전과는 결이 다른 표현을 완성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OA라는 조합은 음악적 이미지와 고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구성원 내부 사이의 관계는 긴밀함보다는 서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취하며 마치 동업자 관계의 협업을 보는 듯한 쿨한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관계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음악 또한 여러 장르의 다면적인 특징들이 얽혀 있지만,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드러내며 OA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자신에게조차 시니컬한 태도가 매력이다.
2018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