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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 - Forest Shadow (Huinali, 2022)

komeda 2022. 7. 6. 21:10

Ow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벨기에 전자음악가 Pierre Nesi의 앨범. 피에르는 10대 시절부터 전자음악을 직접 다루며, 2009년에는 Clearlight로 알려진 친구 Lucas D'Haeyaert와 함께 Glÿph를 결성해 일치감치 음악계에 데뷔 한 뮤지션이다. 이들의 듀오 활동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피에르는 이와 별도로 여러 협업을 비롯해 개인 작업 또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개인 작업에서는 듀오에서 보여준 독특한 비트 패턴을 활용한 DnB이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덥스텝은 뒤로 물러선 듯한 인상을 주면서, 앰비언트 계열의 성과를 연상하게 하는 창의적인 일렉트로닉을 들려준다. 다만 기존의 암울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생생한 질감이 움직이는 폴리포닉 한 사운드로 밀도감을 완성한 볼드하고 다크 한 특유의 애트모스피어는 피에르의 독특함을 상징하는 시그니처로 이어지게 된다. 피에르의 작업 중에는 최근의 Infinite Horizon (2021)에서와 같이 기존의 유형적 특징에서 벗어난 듯한 인상을 주는 앨범도 존재하지만, 뮤지션 자신의 입을 빌리자면 “균형을 이루는 자연 사물과의 관계에서의 상호 의존성을 음악으로 번역”했다는 측면에서는, 일련의 연속성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듯싶다. 여기에 피에르는 해당 작업에 대해 “탈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미개척지와 무한 지형으로의 여행”으로 묘사하여 일련의 변화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 혹은 새로운 접근은 존재하지 않는 대신, 기존 피에르가 보여준 음악적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을 발매한 국내 희나리 레이블은 개인적으로 즐겨 팔로우하고 있는데, 음반사의 카탈로그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의 리스트만 보더라도 단 한 사람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쟁쟁한 인물들이 가득하여, 그 결과물들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희나리와 자매 브랜드인 Oslated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많은 앨범들은 상당수 해당 뮤지션의 음악적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명료함을 지니고 있어, 그 라이브러리는 마치 백과사전과도 같은 간결함과 엄밀함을 특징으로 하며, 에디팅의 정교한 취향까지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레이블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그 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음악적 변화를 암시했던 피에르의 새로운 접근 대신 기존 자신의 표현이 지닌 독특한 특징들을 이번 앨범을 통해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숲의 그림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 내용은 반복적인 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묘사적 특징과 더불어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 나름의 내러티브도 함께 포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서사이저의 라인들이 복합적인 층위를 구성하며 완성하는 독특한 몽환적인 공간에 다양한 톤과 텍스쳐를 지닌 사운드들이 점멸하듯 위상과 배열을 이루고 있는데, 개별적인 요소들이 보이는 독특한 움직임은 마치 숲 속 자연 사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곡들이 5-8분에 이르는 긴 호흡을 지니고 있으며, 개별 곡의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강한 표제적 성격과 결합하여, 음악적인 플로우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사운드로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복적 구성의 점진적 변화가 이끄는 긴장과, 밀도 있는 사운드의 중첩이 만드는 무거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온전한 서정미를 담고 있는 미적 완성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인상적이다. 세밀한 사운드 큐레이팅과 이를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탁월한 방식과 더불어 온전한 내러티브로 극적 몰입을 완성하고 있는, 피에르 특유의 특징들이 잘 반영된 앨범이다.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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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wl - Infinite Horizon (Silent Seaso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