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 Infinite Horizon (Silent Season, 2021)

벨기에 전자음악가 피에르의 앨범. 이 앨범이 발표되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깊고 어두운 색채의 앰비언트를 선보여서 과연 같은 인물인가 싶어 검색해볼 만큼, 이번 작업에서 보여주는 음악은 톤이나 질감에서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앨범 커버의 분위기 자체부터 장노출의 고요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고, 사운드 자체도 중고역대의 이미지 연출에 더욱 신경을 쓴 흔적이 영력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 자체의 콘텍스트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기존 음악에서 무겁게 짓누르던 어두운 색감를 걷어냈다고 해서 곡 자체가 밝아지는 것은 아니듯, 피에르 특유의 습한 공기의 밀도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신시사이저의 플로우는 마치 라이브를 보는 듯한데, 이처럼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듯한 자연스러움은 곡이 지닌 내러티브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뿐만 아니라 도입이나 빌드-업 과정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플러그인이나 리얼 사운드 샘플은 서술적 묘사의 세밀함을 완성하는 것과 더불어 극적 긴장과 상상을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 편의 긴 여정을 사운드로 묘사한 듯한 앨범이다.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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