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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eaudoin - The Northern Lights (Mare Nostrum, 2022)

komeda 2022. 4. 25. 22:50

에스토니아 음악가 Paul Beaudoin의 앨범. 폴은 음악 이론과 작곡을 전공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의 활동은 음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 등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폴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전자 장치들을 활용한 일렉트로닉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에서는 복합적인 이면들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선보인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가지 특정한 경향성을 지닌다고 말하기 모호한 것도, 그의 음악이 보여준 다양한 이면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작업마다 그 제목이 암시하는 고유한 분위기와 내용을 음악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는 점으로, 이와 같은 표제적인 성격은 폴의 작업에 내재된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그의 표현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이와 같은 표제적인 성격을 포함하고 있어, 타이틀과 커버 아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관조적인 북유럽적 정서를 담아내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특정한 정서적 환경과 공간을 암시하고 있어 다분히 묘사적인 표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특징 외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내러티브와 관련된 플로우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루프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는 미니멀한 진행 대신, 저마다의 고유한 흐름을 지닌 라인들이 자연스러운 전개와 교차를 통해, 나선적인 선회 혹은 순환적인 진화를 반복하며 점진적인 음악적 빌드를 이루게 된다. 주로 현악 계열의 사운드들로 이루어진 이러한 라인은 특별한 연관 없이 각자의 플로우에 따라 전개와 상호 중첩을 이루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타이틀이 의도하는 적막과 고립감이 감도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동시에 그 과정은 마치 관찰자적 시점에서 그려지는 내러티브처럼 완성되기도 한다. 주로 현악과 피아노 때로는 관악 등과 같은 어쿠스틱 계열의 사운드와, 독특한 묘사적 상징성을 지닌 일렉트로닉의 음향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 둘은 어느 한쪽으로 수렴되기보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성격과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마치 대비를 통해 서로를 부각하는 듯한 방식으로 연관을 맺는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렇다고 앙상블의 공간에서 이 둘이 서로 절충적인의 집합적 공존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 순간에는 긴장과 균형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여, 이들의 공존만으로도 절묘한 공간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는 어쿠스틱 혹은 일렉트로닉 중 어느 하나만 전면에 등장하는 공간 속에서도 비슷한 특징을 보여주는데, 각 사운드의 톤과 텍스쳐는 물론, 주선율에 거리를 두는 듯한 방식으로 구성되는 카운터는 묘한 거리감을 만들기도 하고, 비트 혹은 스텝 시퀀싱으로 구조화된 진행에 균열을 더하는 듯한 효과나 라인의 개입으로 정서적 텐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사운드 큐레이션과 튜닝에서 작업이 출발했다는 인상을 줄만큼 각각의 음향이 지닌 고유한 특징에 강한 상징성이 드러나고 있어, 이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이를 통해 음악이 완성하는 정서적 몰입 또한 인상적이다.

 

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