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Haslinger - Exit Ghost II (Artificial Instinct, 2021)
오스트리아 전자음악가 Paul Haslinger의 앨범. 전설의 독일 전자음악 그룹 Tangerine Dream 출신으로 이제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더 친숙한 것이 그의 이름이다. 최근 들어 Artificial Instinct 레이블을 통해 폴 자신의 개인 작업들을 종종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앨범은 작년 초에 발매된 Exit Ghost (2020)의 후속이다. 전작에서 다양한 음악적 편성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선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또한 그 후속으로써의 맥락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작업 역시 모던 클래시컬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현대 작곡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일렉트로닉의 배음 속에서도 고전주의적인 서정적 취향이 반영된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렉트로닉의 잔향과 효과는 연주 악기적 특성을 지닌 사운드들을 보다 모다 감각적이고 모던한 분위기로 감싸고 있어, 이는 근미래에 새롭게 재해석되는 고전을 미리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치 시간과 공간의 기준점을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을 탐색하기 위한 상상 가득한 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프로그램으로 완성된 듯한 정연함과 명료한 사운드의 배합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는데, 다분히 이질적일 수도 있는 음악적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묶어내고 여기에 감각적 센스까지 더한 것은 확실히 폴의 탁월한 재능 덕분이다. 앨범 전체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는 대신 개별 곡의 특징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지만, 다분히 영화 시네마틱 한 내러티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그만큼 음악적 묘사를 통해 이미지너리 한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곡을 통해 상황적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다. 확실히 이런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지속해서 헌신했던 영화음악 작업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온전히 자신의 상상력과 영감으로 완성한 곡들이라는 점에서 앨범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어려운 시절을 지나며 우리를 사로잡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는 폴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80년대 TD 시절부터 그의 음악은 나에게 늘 희망이었기에 이번 작업 또한 각별하게 다가온다.
20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