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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el - Suburban Memory (Evolve, 2022)

komeda 2022. 1. 4. 22:48

영국에서 활동 중인 전자음악가 Podel의 데뷔 앨범. 대중들에게는 3D 혹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내용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외 포델이 만드는 창작물의 거의 대부분은 동영상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음악 작업은 10여 년의 공백 끝에 작년 말부터 기획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몇몇 자료에 의하면 비교적 단출한 장비만으로 Ableton Live와 VST를 이용해 홈 스튜디오에서 완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만을 놓고 보면 그 결과물에 대해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연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포델의 음악은 기성 전문 뮤지션들의 작업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앰비언트 계열의 경향적 특징에 충실하면서도, 그 안에는 드론, 비트와 스텝 시퀀싱, 필드 리코딩, 어쿠스틱 사운드 등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다면적인 음악적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포델의 설명에 의하면 각 곡들은 어린 시절 영국과 이탈리아에서의 기억과 관련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음악들은 어두우면서도 무거운 이미지에 다분히 게임의 스코어와도 같은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다크 앰비언트적인 특징에 시네마틱 한 요소들이 조합을 이루며 일련의 내러티브에 의해 견인되는 플로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웅장하거나 장엄한 서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스트레이트 한 구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복합적인 요소들을 활용하면서도 이를 복잡하게 나열하거나 대치하지 않으며, 이야기의 흐름에 필요한 핵심만을 정확하게 레이어링 하여 무척 정돈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마치 그의 동영상 채널에서 허무주의적이고 아이러니한 주제들을 현실 문명에 대한 비관적 시선을 통해 풀어가는 방식과 무척 닮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번 앨범을 위해 공개한 개별 트랙들의 동영상에서는 간략한 음악적 이미지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 그 내러티브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뮤지션으로서 포델의 창의에 기대를 하기에 충분한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