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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gy Van Oers - Rite of Passage (Telemorph, 2021)

komeda 2021. 2. 5. 22:19

네덜란드 전자음악가 Reggy Van Oers의 앨범. RVO라는 DJ 활동명으로 더 알려진 레기는 기존의 테크노나 일렉트로닉의 전통 속에서도 사운드와 구성의 실험을 통해 음악적 진지함을 완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다분히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예술적 사고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 앨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레기의 생각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Telemorph라는 레이블을 통해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노련한 DJ이자 프로듀서답게 화려한 오실레이팅 속에서도 고전적인 미디의 피아노 사운드로 코드 키핑을 하는가 하면, 드럼 패드에 피아노 사운드를 매핑시켜 연주하는 듯한 퍼포먼스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레기의 시도들이 단순한 기교나 잔기술로 치부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사운드 위상과 그 역할을 전위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구성을 기존의 언어 속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특히 전자음악의 레이어 형식에 고전적인 어쿠스틱 사운드를 배치함으로써, 음악적 스텐스의 변화 없이도 새로운 표현이 가능함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모든 것들은 이미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 활용을 달리해 신선함을 제공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202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