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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na - Speechless (FatCat, 2021)

komeda 2021. 11. 21. 17:29

Resi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폴란드 첼리스트 겸 작곡가 Karolina Rec의 앨범. 레지나는 실험적인 양식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그 안에 엄밀한 작곡의 의도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어 현세대의 여러 창의적인 첼리스트들의 작업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강한 매력을 지닌다. 그녀의 데뷔작 Resina (2016)에서는 첼로가 지닌 기악적 표현에 의지해 자연 사물들의 미세한 움직임과 동요를 숨 막히게 묘사하면서도 복합적인 라인의 비정형적인 유기성을 음악적으로 완성하는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이후 그녀는 Traces (2018)에서는 멜로디에 바탕을 두면서도 체계화된 편곡을 통해 관철되는 연주에서의 엄밀한 규범적 양식을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선보이게 된다. 이후 Vampire The Masquerade (2020)는 작곡과 편곡의 역할을 강조한 종합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일렉트로닉이나 주변 악기들을 활용해 비의적인 메시지를 웅장하게 표현하는 탁월한 재능을 드러내게 된다.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의 실험을 다시 한번 구체화하는 연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적 표현과 접근을 통해 완성하고 있어, 이번 작업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강하게 부여한다. 이번 녹음에서는 레지나의 첼로와 일렉트로닉은 물론 Mateusz Rychlicki의 리얼 드럼과 퍼커션에 23인조로 구성된 441HZ Chamber Choir가 함께 참여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복합적인 사운드의 텍스쳐를 완성하고 있다. 레지나는 합창단을 활용하면서 마치 가상악기의 엔벌로프나 패닝을 조절하며 곡의 진행에 따라 섬세하게 사운드를 연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효과를 더해 총체적인 표현을 완성함으로써 뚜렷한 사운드의 특징을 지닌 거대하고 웅장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와 같은 총체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별 파트의 섬세한 사운드 디렉팅이 개입하고 있어 프로듀서 겸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한 Daniel Rejmer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이번 앨범은 레지나의 지난 앨범에서 보여준 세밀한 묘사적 특징과 더불어,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채롭게 변화하는 사운드의 구성을 통해 나름의 극적인 내러티브도 포함하고 있어 특히 인상적이다. 이와 같은 앨범의 특성 때문에 레지나의 첼로의 비중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개성 강한 사운드의 요소들을 유연하면서도 모험적으로 하나의 공간 안에 담아낸 음악적 영감만큼은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202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