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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lators Sound System - Revelators (37d03d, 2022)

komeda 2022. 6. 22. 20:43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밴드 리더 M.C. Taylor와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 Cameron Ralston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Revelators Sound System의 앨범. 두 사람의 인연은 M.C. 테일러가 리더로 있는 Hiss Golden Messenger의 음반 작업에 카메론이 참여하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번 듀오 프로젝트 또한 기존의 음악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HGM이 보여준 아메리칸 포크 분위기의 컨추리 록 스타일의 음악과는 달리 RSS는 전혀 다른 유형적 특징을 다루고 있으며, 그 차이의 폭이 워낙 커서 같은 뮤지션들에 의해 완성된 작업이라고 짐작하기 힘들 만큼이다. 다양한 기악적 구성을 통해 완성한 이번 앨범은 모두 4개의 트랙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길이는 짧게는 6분에서 길게는 10분이 넘어가는 긴 호흡의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다. 개별 곡마다 고유한 음악적 개성이 담겨 있으며, 그에 따른 악기의 편성 또한 다르기 때문에, 앨범 전체를 하나의 장르적 개념으로 정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각의 트랙 또한 그 흐름에 따라 구조와 구성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다층적이면서도 다면적인 성격을 지닌 음악은, 주변의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그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연주를 음악 그 자체로 마주하며, 그 안에 여러 요소와 표현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음악을 듣다 보면 적당이라는 기준에서 뭔가 살짝 부족한 듯하면서도, 그렇다고 조금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엇인가 살짝 두드러지는 듯한, 이와 같이 미묘한 양감의 재즈, 펑크, 사이키델릭, 미니멀리즘, 앰비언트 등이 다양한 방식의 조합을 이룬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물론 달리 말해 각 곡의 특징에 따라 이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적절한 조합을 통해 개별적인 특징을 완성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앨범 전체를 재즈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장르적인 정의에 부합할 수 있을 만큼, 색소폰과 클라리넷 같은 솔로 악기의 공간을 개방하여 자유로운 임프로바이징의 라인이 플로우의 주요한 모티브를 이루는가 하면, 모달, 재즈-록, 퓨전 등의 고유한 접근과 표현을 활용한 응용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장르적인 요소들 사이의 연관이 조금은 느슨한 것처럼 보이고, 개별 사운드의 관계 또한 다소 관조적인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 안에서 빈틈을 찾거나 채워야 할 지점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 나름의 촘촘함과 치밀함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와 같은 분위기를 의도했다는 생각도 갖게 되며, 일부의 경쾌함이나 신비함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를 통해 전달되는 지속적인 암울함은, 어쩌면 RSS가 말한 “오늘날의 미국적인 느낌"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존 HGM이 다루는 미국적인 느낌이 전통과 관련된 것이라면 RSS에서 있어 그것은 현재적인 것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으며, 최근의 인종 사건을 다룬 “George the Revelator”는 물론 각각의 트랙에서의 상징적 표현이 담지한 시대적 특징이나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이번 작업은 가사 없이 연주로만 이루어진 현실에 대한 나름의 음악적 발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언은 폭로를 전재로 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Revelators라는 그룹명과 타이틀이 지닌 중의적인 의미를 절묘하게 표현한 음악들이 담긴 앨범이 아닐까 싶다.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