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ykjanes - Water Wanderings (piano and coffee, 2022)
폴란드 그룹 Reykjanes의 앨범. 레이캬네스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예술가들로 이루어졌으며 멤버는 피아노/보컬 Hania Stoszek, 기타 Jan Gałosz, 그래픽 아티스트 Ola Bylica 등이다. 음악과 일러스트가 어떤 예술적 합의를 이루는가에 대한 이들의 예를 접하지 못해, 그 관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기 힘들지만, 앨범을 통해 전달되는 이들의 독특한 음악적 창의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기울여볼 만한 그룹이 아닐까 싶다. 레이캬네스는 비교적 최근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주로 재즈 씬에서 자신들의 피아노 및 기타와 더불어 색소폰, 베이스, 드럼 등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포맷의 세션을 펼쳤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세션을 함께 했던 뮤지션 중에는 폴란드의 음악적 창의를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이며 작곡가인 Jerzy Mączyński도 있는데, 그는 이번 레이캬네스의 앨범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했으며, 일부 곡에서는 직접 피처링을 하기도 한다. 레이캬네스의 데뷔 앨범이 piano and coffee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음반사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피아노 연주에 비중을 두면서도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 등의 경향적 흐름을 포괄하는 레이블의 성격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앨범에서 선보일 다면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실제로 이들은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을 모던 클래시컬의 공간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접합을 선보이고 있는데, 어느 한 장르의 우위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오히려 두 가지 양식의 경계를 무효화하며 이를 총체적으로 사고하는 듯한 접근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어느 특정한 장르적 경향성으로 수렴하는 대신,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형상처럼 보이는 것이 이색적이다. 예를 들면 때로는 재즈적인 표현을 펼치기 위해 클래식이나 포스트-록 등과 같은 다른 주변 장르의 암시적 표현을 활용하여 진행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느 한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은 총체성을 지니고 있어 매우 독특한 음악적 알레고리를 경험하게 한다. 때문에 연주 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보여주기도 하며, 실험적인 현대 작곡의 면모도 엿볼 수 있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인 구성을 이룬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녹음 환경 탓인지 아니면 미묘한 로우-파이를 의도한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돈되지 않고 다소 산만하게 들리는 소리와 조금은 멀리서 공명을 통해 전달되는 듯한 피아노는 감상과 몰입을 조금 힘들게 한다. 특히 중고역대에 에너지가 몰려 있는 연주에 비해 정돈되지 않은 리버브의 테일과 이를 컴프레싱 된 공간에 가둔 듯한 사운드는, 인이어를 통해 감상하기에는 조금은 피곤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든다. 부트렉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만 조금 개선한다면 더욱더 많은 음악적 장점을 경험할 수 있는 앨범일 듯싶다.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