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f Kühn - Yellow + Blue (MPS, 2018)
독일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롤프 쿤의 신보. 1929년생으로 아흔을 바라보는 거장의 음악적 발언이라는 점에서 숙연함을 느껴질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 피아니스트 Joachim Kühn의 친형이기도 한 롤프는 1950년대 당시 재즈의 변방이었던 독일 출신으로 본토인 미국에 건너가 굵직한 성과를 이루어 낸다. 화려한 빅밴드의 스윙 시대를 온몸으로 체험했고 재즈-록의 격변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으며, 요하임과 함께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스스로 혁신하는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자신의 손자나 아들 나이의 뮤지션들과 유닛을 결성해 Stereo (2015)라는 앨범을 발표하는가 하면, 여든을 넘긴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꾸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은 Frank Chastenier (p), Lisa Wulff (b), Tupac Mantilla (perc) 등 젊은 뮤지션들과 쿼텟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앨범의 레퍼토리를 보면 마치 롤프 자신의 70년 음악사에 남겨진 달콤함과 치열함을 개괄하려는 듯한 모습이 읽힌다. 11개의 트랙 리스트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제목만으로도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친숙한 발라드 넘버에서부터 타이틀곡인 "Yellow + Blue"로 대표되는 새로운 다섯 개의 오리지널까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시대를 거슬러 오늘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곡에 흔히 타임리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고전들의 탄생 과정을 동시대인으로 지켜봤던 노장 뮤지션은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반영해 직접 선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의 트렌트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선곡일 수도 있지만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편곡과 연주는 롤프의 여유로운 표현과 미묘하게 점멸하는 뉘앙스의 변화를 풍부한 감정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듯하다. 새로운 작곡을 통해 롤프는 지난 시절의 치열한 음악적 실험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노랑과 파랑으로 대비되는 색은 이번 앨범에 반영된 롤프 삶의 온화함과 치열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흔을 앞둔 나이 앞에서도 롤프는 여전히 젊다.
201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