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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in Pilon - Copper (Jazz & People, 2018)

komeda 2018. 4. 6. 11:59


프랑스의 기타리스트 로맹 필롱의 신보. 그리 많은 수의 앨범은 아니지만 필롱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연주들은 대부분 정통적인 포스트-밥의 어법에 충실한 것이었다. 이번 앨범은 트리오의 기본 포맷을 유지하고 있지만, 로드와 키보드를 연주하는 Tony Paeleman과 드러머 Fred Pasqua가 참여하고 있어 어쿠스틱 베이스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베이스의 자리에 키보드를 대신하면서 기존 기타의 역할을 그대로 고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전의 오소독스한 공간 구성은 물론 전통적인 표현 방식까지 변화를 주면서 기존 자신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확실히 분위기에 있어 이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법과 표현에서도 재즈-록적인 스텐스에 보다 근접한 태도를 보인다. 다분히 레트로풍의 몽환적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키보드 사운드와, 감각적으로 분할된 비트를 자유롭게 펼치지만 비교적 정직한 포지셔닝을 취하는 드럼의 공존은, 그 스타일에서는 마치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70년대의 음악적 실험들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필롱은 이 앨범의 콘셉트를 정할 때 자신이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Led Zeppelin, Weather Report, Headhunters 등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고 선배들의 영향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묘하게 오버랩되는 정도다. 예전 앨범에서도 트리오 + 두 명의 게스트 형식의 녹음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Seamus Blake (ts)와 Pierre de Bethmann (p)이 참여해 각각 세 곡과 두 곡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다. 트리오로 구성된 연주와 게스트가 참여한 진행 사이에 미묘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 블레이크가 참여했을 때는 테너의 공간을 개방해 비교적 전통적인 지반에서 연주를 진행하는 반면, 드 베트망의 피아노는 트리오의 구성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 앨범 전체는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적당한 긴장 속에서 안정된 균형이 나름 인상적이다.


2018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