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e Riebl - Do Not Move Stones (INNI, 2021)
호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Rose Riebl의 데뷔 앨범. INNI 레이블 카탈로그 검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뮤지션으로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간략한 프로필 외에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로 훈련을 받았고 몇 편의 짧은 영상 음악을 작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노를 기본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악기를 활용해 차가운 공기와 같은 애트모스피어를 연출하고, 곡에 따라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음악적 디테일을 완성한다. 피아노에 현악을 함께 운용하고 있지만 실내악적인 엄밀한 분위기보다는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현악은 고전적인 합주의 라인을 구성하기도 하고 사운드 스케이프의 텍스쳐를 형성하는 제한적 역할을 하는 등 곡의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마이너 스케일에 느린 템포의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다분히 정서 이면의 감춰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진솔 하면서도 신중한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거나 현란한 진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신에 마치 아무도 없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바람 소리를 배경으로 독백을 이어가는 듯한 정서적 적막감을 깊이 있게 드러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다만 음악들은 후보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듯한 라우 한 느낌들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적 서정을 강조하려는 듯한 의도로 메커니컬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때로는 연주를 방해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나치게 두드러지기도 하고, 200Hz 전후 현과 중첩된 피아노의 디테일이 아쉽게 느껴지거나, 다소 부족하게 전해지는 고역의 해상도 등 음향과 관련해서는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음악적으로는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단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커버 아트 또한 인상적이다.
202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