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øren Bebe Trio - Echoes (From Out Here Music, 2019)
덴마크 출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쇠렌 베베의 트리오 신보. 쇠렌에게 트리오는 발레 음악 작곡 및 솔로 연주와 더불어 주요 활동을 대표하는 집착의 영역이다. 드러머 Anders Mogensen과의 긴 인연은 물론 이전 작업을 포함한 여섯 장의 트리오 앨범을 보더라도 음악적 변화에 얼마나 완고한 자기 입장을 보여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도 Kasper Tagel이 베이스 주자로 참여하고 있어 전작 Home (2016)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제작되었다. 개별 곡이 지닌 음악적 특성이나 공간 구성의 디테일을 보면 나름의 온도 차이와 미묘하게 구분되는 톤의 변화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듣고 난 뒤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항상 균일하다. 이런 느낌은 10년 넘는 기간 동안 발표한 트리오 앨범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감상해도 동일하다. 이는 자기 음악에 대한 보수적 태도이자 동시에 완고한 자기 언어의 표현일 수 있다. 어쩌면 이미 충분히 검증된, 때문에 스스로가 익숙한 언어 습관에 따른 음악적 결론의 반영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트리오와 그 음악 형식을 대하는 쇠렌의 이러한 태도가 좋다. 유러피언, 특히 북유럽 특유의 정서를 서정의 시선에서 표현하는 방식은 쇠렌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무방하다. 쇠렌이 트리오를 통해 구사하는 언어는 정교하고 그 표현 역시 신중하다. 미적 완성도가 뛰어난 테마는 물론 세밀한 코드의 활용이나 화성의 구사는 강박적이라는 느낌을 경험할 만큼 치밀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곡과 연주는 대중적 정서를 바탕에 두고 있어 친숙함을 전재한다. 쇠렌은 평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라도 하듯 낯선 화성을 중첩시키거나 이질적인 코드를 구사해 평온함에 작은 화두를 던진다. 시적 표현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가는, 쇠렌스러운 앨범이다.
201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