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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ławek Jaskułke - Europa 67/21 (self-released, 2021)

komeda 2021. 11. 30. 22:19

폴란드 피아니스트, 작곡가 겸 밴드 리더 Sławek Jaskułke의 앨범. 스와베크는 오늘날 폴란드를 대표하는 중견급 재즈 뮤지션으로 자신의 밴드 활동은 물론 피아노, 오케스트라, 영화 등을 위한 다양한 음악을 작곡한 재능 있는 인물이다. 이번 앨범은 폴란드의 전설 Krzysztof Komeda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으로, 트럼펫 Emil Miszk, 색소폰 Piotr Chęcki, 베이스 Adam Żuchowski, 드럼 Slawek Koryzno을 비롯해 전자 바비첼의 현악기로 이루어진 Neo Electric Quartet과 시 낭송에 배우 Tomasz Borkowski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코메다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독일에서 5인조로 녹음한 Meine Süsse Europäische Heimat (1967) 세션을 복원한 것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 67/21을 통해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오리지널 앨범은 해당 녹음에도 참여했던 Tomasz Stańko의 헌정 앨범 Litania (1997)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며, 재즈를 넘어서 현대 음악과 작곡에서 코메다가 이룬 음악적 창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오리지널 '유로파'는 퀸텟 녹음인 반면 이번 스와베크의 작업은 여기에 현악 사중주를 더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출신 배우 Helmuth Lohner의 독일어 낭송을 폴란드 작가들의 시가 대신하고 있다. 스와베크는 연주와 낭송으로 이루어진 원본의 형식을 자신의 새로운 작곡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다. 장르적으로 현대 작곡의 성격을 강하게 반영했던 오리지널의 특성을 재즈와 클래식으로 구분하고, 연주와 평행적 대칭을 이루었던 내레이션을 음악과 진행의 주요 요소로 편성하고 있다. 재즈, 클래식, 낭송 등을 통합적으로 접근했던 1967년의 작업에 비해, 2021년의 새로운 작곡은 이룰 각기 다른 구성 요소로 구분해 그 영역을 명확히 하고 있다. 스와베크는 이들 요소의 형식적 균형을 완성하고 진행에서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을 이룰 수 있는 지휘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작곡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세 가지 요소의 혼용보다는 그 배치에 집중함으로써 비교적 듣기 편한 감상을 유도하고 있다. 과연 이와 같은 정갈함이 코메다의 음악적 특징과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한편, 시대의 반영이라면 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코메다의 오리지널이 '유로파'라는 일종의 보편적 시민의식을 반영했다면, 이번 작업은 유럽 시민으로서의 폴란드인이라는 자긍심을 앞세운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최근의 폴렉시트 논쟁과의 연관을 생각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부담 없이 들어볼 만한 앨범이다.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