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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na & Heikki Lindgren - Elämänpuu (Voyager 1, 2022)

komeda 2022. 6. 1. 22:32

Saran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핀란드 전자음악가 Janne Särkelä와 음악가 Heikki Lindgren의 협업 앨범. 사라나와 헤이키 모두 전자음악을 배경으로 활동 중인 뮤지션이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보여준 음악적 진화의 과정에는 서로 결이 다른 모습이 존제한다. 사라나는 2000년대 초부터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로 메디테이티브 한 특성을 지닌 사운드스케이프 위주의 음악을 선보이던 중 이를 차츰 복합적인 구성을 지닌 드론으로 발전시켰고, 헤이키는 1990년대 중반부터 메탈과 재즈 씬에서 활동을 펼치던 중 소리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하며 필드 리코딩과 디지털 프로세싱은 물론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작곡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헤이키는 자신의 음악에 민속적인 텍스쳐를 미니멀한 사운드스케이프와 결합해 독특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만의 앰비언스를 연출하기도 하는데, 장엄함의 밀도를 축적하며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실험적이면서도 깊은 몰입을 제공하고 있어 무척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사라나와 헤이키의 특징이 반영되어 인상적인 협업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업은 2020년 말, 헬싱키 kiasma 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둘의 합동 공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긴 음악적 플로우를 앨범에서는 진행의 주요 결정적 순간들을 집약하는 7개의 트랙으로 정리하고 70분에 이르는 길이로 담아내고 있다. 공연에서 헤이키는 2-3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거문고와 비슷한 핀란드의 전통 악기인 Jouhikko를 연주하며, 특유의 민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사라나는 이와 다양한 방식의 대비와 균형을 이루는 사운드스케이프를 제공하며 길고 장엄한 호흡의 플로우를 완성하고 있다. 실제 라이브 음원은 하나의 긴 흐름을 보여주며 마치 즉흥적인 모티브를 확장하며 전개하는 방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앨범에서는 개별 테마에 따라 두 연주자의 사운드 텍스쳐가 서로 대질하는 방식이나, 균형을 통해 완성하는 공간의 부피감 등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공연이 일련의 구조에 의해 완성된 형식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정한 작곡의 의도를 반영한 온전한 구성이라기보다는, 유연성을 전제로 하는 느슨한 구조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즉흥적인 모티브와 그 확장의 과정은 강한 몰입과 긴장을 유도한다. 사운드스케이프와 드론은 민속 현악기와 다양한 방식으로 대질을 이루기도 하는데, 때로는 고전적인 현악의 텍스쳐를 기반으로 하는 집합적인 트레몰로를 연출하는가 하면, 앰비언트적인 공간 활용에 우위를 둔 패드 사운드를 통해 대비의 효과를 완성하기도 한다. 그 분위기는 신화적이면서도 중세 주술의 경건함을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을 통해 경험하는 몽환적 서정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품은 노매드의 영혼이 차가운 허공을 배회하는 듯한 음악을 들려준다.

 

202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