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p Maden - House by the Lake (Lycia, 2022)
터키 기타리스트 Sarp Maden의 앨범. 샤르프는 1990년대에 데뷔해 30년 이상 음악 관련 경력을 이어온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다. Trio Mrio와 Quartet Muartet, Soyut Boyut 등 자신의 밴드를 이끌기도 했고 세대를 아우르며 여러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10년 이내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작업들만 대충 들어봐도 샤르프의 독특한 기타 톤과 유니크 한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는데, 록과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가 하면 그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을 풀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록과 재즈, 그리고 그 경계에서 형성되는 융합인 퓨전 혹은 재즈-록으로 그의 음악적 표현은 한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매번 접하게 되는 연주 또한 고유한 색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제한된 영역에서의 샤르프가 지닌 음악적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베이스 Apostolos Sideris, 드럼 Cengiz Baysal, 민속 현악기 Deniz Mahir Kartal, 피아노/키보드 Ercüment Orkut 등 세대를 넘나드는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고, 곡의 성격에 따라 트리오에서 쿼텟 등으로 그 편성을 달리하며 녹음이 진행되었다는 형식적 측면에서 전작인 Aperlai (2021)과 유사하다. 하지만 참여한 뮤지션은 키보드를 제외하면 전혀 다르고, 결정적으로 앨범이 담고 있는 분위기나 정서 또한 이번 앨범만의 고유함이 존재한다. 전작에서는 다분히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에 비해 확실히 가라앉은 느낌에 미묘한 우울감까지 더해지고 있어 톤 다운된 정서적 분위기를 전달한다. 곡들은 샤르프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된 것임을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데, “12.12.2020” 혹은 “1.1.2021”과 같이 본인에게는 어떤 특별하게 기억될만한 날짜를 제목으로 정해, 연주를 통해 전달되는 분위기로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듣는 이가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돋보이게 하는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박한 표현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진솔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연주를 자신의 기타를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그가 멤버들과 연출하는 공간 자체가 여유롭고 편안하여, 아무리 우울한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도 귀 기울여 경청하게 되는 매력을 지닌다. 애써 드러내려 하지는 않지만, 그의 화법은 세련되었고 차분한 흡입력이 있음을 이번 앨범을 통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