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tching Fork - Scratching Fork (Fundacja Słuchaj, 2021)
폴란드 재즈 트리오 Scratching Fork의 앨범. 트리오는 기타리스트 Marek Malinowski의 주도로 베이스 Robert Rychlicki-Gąsowski와 드럼 Wojciech Zadrużyński가 참여하여 2015년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번 앨범은 2017년 말에 녹음된 기록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트리오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에 마레크가 결성한 자신의 쿼텟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때문에 기존 쿼텟에서의 서정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의 신중한 접근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체계화된 잘 짜인 테마와 타협점을 끊임없이 뒤로 미루는 듯한 자율적인 임프로바이징의 대비적인 구성은 이들 트리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다. 주제부를 지닌 곡의 경우 잔향 속에서 이루어지는 배음은 물론 상호 간의 벨로시티조차 섬세하게 조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치밀한 구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지만, 그 이후의 자율 공간에서는 기존의 구성을 추상화하려는 듯한 급격한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친밀하고 강한 유대적인 프레이즈를 보여주는가 하면 관조적으로 서로에 대해 냉담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여, 이들에게 있어 인터플레이 자체가 마치 유연한 즉흥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호작용의 관계는 결코 단 한순간도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연주의 진행과 더불어 다양한 양식의 관계를 펼쳐 보인다. 그만큼 강한 공간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표출되는 각자의 표현 의지 또한 큰 힘을 발휘하며, 동시에 유연하고 긴밀한 인터랙티브 한 활동적 의존성을 전제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우연적인 요소들에 의해 지배되는 듯한 트리오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듯한 아름다운 서정은 물론, 그 순간이 해체되며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다이내믹한 에너지 등 예측의 범위를 넘어선 창의적 상상력은 참으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후속을 벌써 궁금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