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Seifert & Steinbeuchel - Missions (self-released, 2021)

komeda 2021. 7. 6. 23:14

독일 사운드 엔지니어 겸 전자음악가 Erik Seifert와 일렉트로닉 뮤지션 Josef Steibuechel의 듀오 프로젝트 앨범. 10년 가까이 이어온 이들 두 뮤지션의 공동 작업은 흔히들 베를린 스쿨이라고 불리는 전통적 스타일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음악적 예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듯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주제와 그에 걸맞은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고전적인 사운드의 현재적 가치와 유효성을 증명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 음악 및 음향과 관련한 강한 목적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특별한 목적 혹은 지고한 사명 수행할 목적으로 파견되는 사람에게 맡겨지는 임무를 흔히 '미션'이라면,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여정 중 하나는 우주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서양에서는 이를 Space Mission이라 부르고 앨범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행했던 유인 우주 프로젝트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커버 아트는 십자가에 묶인 가브리엘 신부가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영화 '미션'의 포스터와 묘하게도 닮아 있어 흥미롭다. 앨범은 1970년대 초 Skylab 유인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비극적인 참사로 끝난 80년대 초의 Challenger 셔틀 계획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주의 장엄함과 그 여정의 험난함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각각의 곡들은 10분에서 17분에 이르는 긴 러닝 타임을 지니고 있으며 하나의 트랙 안에서도 60에서 130BPM에 이르는 폭넓은 속도의 변화를 주며 과정의 디테일을 묘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비트와 스텝 시퀀서를 이용한 반복적인 루프를 중심으로 라인과 이펙트가 레이어링 되어 긴박한 임무 수행의 과정을 묘사하는가 하면, 브라스 계열의 신서사이저가 광활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연출해 고요한 우주의 동적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우주 공간하면 많은 사람들이 연상하는 심볼릭 한 고전적인 신서사이저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데, 그 때문에 CS-80이나 DX7를 이용한 Vangelis의 다분히 클래시컬 한 이미지들이 소환되기도 한다. 각 트랙에는 지구와 우주의 교신 내용이 인서트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 휴스턴과 첼린저호 사이의 교신은 다가올 비극에 대한 암시처럼 반복해서 들린다. 이와 관련해 첼린저호의 최후를 폭발이 아닌 우주 속 빛의 소멸처럼 묘사한 마지막 순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2021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