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 Universe - Subtle Realms, Subtle Worlds (Monotreme, 2022)
슬로베니아 포스트-록 그룹 Shadow Universe의 앨범. 기타/피아노/신서사이저를 연주하는 Peter Dimnik와 드럼/퍼커션을 담당하는 Žan Šebrek이, 2017년에 결성한 듀오 프로젝트로 데뷔 앨범 The Unspeakable World (2017)와 함께 등장부터 포스트-록 팬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이어서 발표한 Speaking For Clouds (2018)를 통해 음악적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한다. 인류와 자연, 그리고 우주 등의 거대 담론을 다루는 장엄한 내러티브와, 2인조라는 인적 구성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SU의 음악적 힘을 느끼게 전혀 부족함이다. 오랜만에 발매된 이번 세 번째 앨범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정교해지고 진화한 SU의 사운드와 연주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Ana Novak과 트럼펫 연주자 Gašper Selko를 게스트로 참여시켜 보다 풍부한 질감의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소소할 수 있어 보이는 이러한 부분은 기존 SU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전달된다. 전작에서는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듯한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스케이프와 불안과 어둠을 상징하는 메탈적 요소가 대질을 이루며 인상 깊은 이야기를 완성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질감의 대비는 더욱 정교한 형식으로 진화를 이룬다. 이번 앨범에서 피아노 특히 현악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부분과 록 기타 특유의 퍼지 한 사운드가 펼쳐지는 일렉트릭 영역 사이의 대비는, 그 자체로 연출되는 극적 효과는 물론 음악적 진행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따라 공간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연줄 되기도 하며, 진행 과정에서 그 구성 방식에 따라 음악적 내러티브가 완성되기도 한다. 때로는 클래식과 록의 결합을 이루며 마치 7, 80년대의 아트록의 뉘앙스를 떠올리게 하는가 하면, 복합적인 구성의 현악 레이어링으로 연출된 공간은 모던 클래시컬의 양식을 연상하게 하여 그 자체로 미묘하고 독특한 인상의 앰비언스를 완성하기도 한다. 특히 부유하는 듯한 트럼펫의 라인들을 중첩시켜 몽환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를 이어가다, 공간을 확장해 관악의 프레이즈를 이용해 라인을 이끌어가는 등, 서로 다른 질감을 지닌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나름의 감각적인 탁월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운드 외에도 음악적으로 다양한 양식들이 중첩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복합적인 이미지는 섬세함과 힘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과 정교한 코드로 이어지는 진행이 차츰 빌드-업되는 과정은 마치 서정의 힘이 응축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그 에너지가 폭발을 이루는 순간 경험하게 되는 정서적 해방감은 벅차고 감동적이다. 포스트-록이라는 이름으로 완성한 낭만적 서사가 아닐까 싶다.
202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