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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J & Textere Oris - Reflections At The Sea (Cryo Chamber, 2021)

komeda 2021. 5. 5. 23:12

SiJ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러시아 전자음악가 Vladislav Sikach와 Textere Oris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Ilya Fursov의 협업 앨범. 일리야는 주로 협업의 공간에서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관철하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블라디슬라프와의 공동 작업은 독특한 분위기의 사운드 텍스쳐는 물론 내러티브가 구성하는 인상적인 시네마틱 한 묘사로 기억된다. 두 사람의 여러 컬래버레이션 작업 중, 이 앨범은 커버 아트와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Reflections Under The Sky (2016)의 후속 작업으로 제작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그 성격에 맞게 전작의 사운드 특성은 물론 그 묘사의 방식에서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실제 이번 앨범은 전작의 작업 과정 중에 탄생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활용하고 발전시켰으며, Cryo Chamber 레이블이 표방하는 다크 앰비언트와는 조금은 다른 결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애트모스피어를 제공한다. 앨범에서는 '바다'라는 메타포를 사용해 도시에 고립된 인간을 형용화 했고, 시대나 상황 배경은 모호한 대신 그 공간에 대해서는 청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음악들은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며, 묘사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필드 리코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몇 가지 연주 악기 및 보이스를 활용한 모습도 보여주는데, 어딘지 모르게 에스닉 한 사운드의 단순한 멜로디는 오히려 무대의 분위기를 더욱 모호하면서도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묘사하게 된다. 사운드 자체는 무척 명료하고 각각의 음향이 지닌 역할에 따라 규칙적으로 레이어링 되어 있어,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실내악의 분위기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레이블의 앨범 중에서는 어두운 텍스쳐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면서, 때로는 정서적 온화함까지 깃들여진 평온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또 다른 연작도 기대하게 되는 앨범이다.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