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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Off Jazz Street - SOJS XIV (self-released, 2022)

komeda 2022. 4. 19. 21:45

미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Buz Hendricks의 Somewhere Off Jazz Street 프로젝트 앨범. 버즈는 전문적인 음악 교육받았고 클래식 분야에서 데뷔한 피아니스트 출신의 뮤지션으로, 재즈와 록 등의 밴드에서도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버즈의 음악 활동 대부분은 2000년대 중반 무렵 처음 선보인 SOJS와 그 파생형인 Jazz Street Trio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이와 같은 프로젝트가 연주자들이 모여 녹음된 결과물이 아닌, 버즈 혼자 완성한 작업이라는 점이다. 피아노를 포함해 색소폰, 드럼, 베이스, 보이스 등의 모든 사운드는 VST나 다른 음악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키보드로 연주해 완성한 것으로, 이와 같은 작업은 JST에서도 마찬가지다. JST의 경우 하나의 악기는 원 트랙 녹음으로 완성하면서 그 과정에 임프로바이징을 전개한다는 나름의 원칙에 근거해 고전적인 트리오의 형식적 구성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SOJS는 프로젝트 색소폰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고유의 음악적 분위기를 위한 연출에 집중하는 차이를 두기도 한다. SOJS의 음악을 엄밀한 장르적 규범으로 정의한다면 흔히들 말하는 누아르 재즈를 포괄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하는 고유한 분위기는 어둡고, 쓸쓸하고, 적막하고, 때로는 음산하기까지 하다. 밤 혹은 어둠을 상징하는 앰비언스를 배경으로 색소폰을 비롯한 관악 계열의 사운드를 배열해 단순히 재즈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재 재즈적인 접근을 활용한 임프로바이징은 물론 고전적인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워킹까지 구현하고 있어, 미묘한 장르적 혼용을 통해 그 독특한 뉘앙스를 더욱 복합적인 양식으로 뒤틀기도 한다. SOJS의 음악이 DAW와 VST로 완성되었기 때문에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만약 이를 실제 연주로 구현했을 경우 재즈 혹은 독특한 서브 장르로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이와 같은 이중적인 판단 기준의 공존은 오늘날의 음악 제작 환경을 고려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연주 중심의 기악적 테크닉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느냐, 아니면 음악을 이루는 작곡 및 구성 형식의 결과를 주목하느냐는 곡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며, 청자의 취향과 관련된 선택의 영역이기에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아무튼 SOJS가 완성하는 고유한 음악적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풍부하고 미묘한 뉘앙스까지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가상악기의 발전 수준을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롭다. VST만으로 유니크 한 음악적 세계관을 현실화하는 버즈의 창의적 재능을 경험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