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éphane Kerecki - Out of the Silence (OutNote, 2022)
프랑스 베이스 연주자 Stéphane Kerecki의 앨범. 1990년대 말 데뷔 이후 스테판은 지금까지 전통의 규범 내에 머물면서도, 재즈의 언어가 지닌 내밀한 표현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포스트-밥 이후의 경향적 흐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일련의 접근과 유러피언 특유의 개방적인 공간 활용을 접목하면서, 전통이 지닌 가치를 세련된 표현으로 이어오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처럼 상당 부분 프랑스 재즈 씬의 고유한 특징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스테판의 연주는 자국을 대표하는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자신의 리드로 이루어진 인상적인 작업도 다수 존재한다. 지금까지 스테판의 리드 작들은 대부분 트리오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여기에 부분적인 확장을 이루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녹음은 트럼펫과 테너를 전면에 둔 퀸텟의 진행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 활용과 접근을 보여주기도 하며, 여기에 자신의 오리지널 곡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모일 것이다. 그의 오랜 동료인 드럼 Fabrice Moreau을 비롯해 피아노 Marc Copland, 트럼펫 Ralph Alessi, 색소폰 Tore Brunborg 등, 프랑스, 미국, 노르웨이를 대표하면서도 강한 음악적 개성을 지닌 최고 현역들로 라인-업을 완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적 구성만으로도 프랑스의 전통 속에서 재즈를 사고하고자 했던 스테판의 최근 작업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 그 내용에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풍부한 내용들을 포괄하고 있다. 앨범은 트리오, 쿼텟, 퀸텟 등의 여러 편성으로 이루어진 연주를 고루 선보이고 있으며, 연주 또한 각각의 포맷에 알맞은 고유한 형식적 규범에 최대한 근접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진행과 구성에서는 다분히 오디너리 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규범적인 특징을 통해 각각의 연주 공간이 지닌 개별적 특징을 부각하면서도, 동시에 각자의 개성을 안정적인 균형점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고전적인 장치의 역할로도 기능한다. 실제로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연주는 각 공간의 자율성과 상호 간의 유기적 연관이 고른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테마가 제안하는 고유한 구성과 분위기에 충실한 재현과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안정적인 이미지 안에서도 각각의 뮤지션이 지닌 개성은 비교적 온전한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총체화 한 앙상블에서도 나름의 음악적 밀도감을 경험할 수 있어, 스타 플레이어 활용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듯하다.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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