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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an Bråsjö - Stratosfär (self-released, 2022)

komeda 2022. 2. 21. 19:20

스웨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taffan Bråsjö의 앨범. 스테판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몇 편의 리코딩에 세션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데, 대학 및 음악원 시절 피아노 외에도 오르간을 전공했고, 지역의 소년 합창단을 지휘하는 등 클래식과 관련해서도 폭넓은 이력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첫 타이틀인 이번 녹음은, 대류권과 중간권에 둘러싸인 ‘성층권’이라는 앨범의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흐름에 의탁해 음악적 창의를 펼쳐 보인다. 이를 위해 스테판은 바이올린/만돌라/퍼커견 Josefin Runsteen, 베이스 Vilhelm Bromander 등 각자의 방식으로 다면적인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였던 두 명의 뮤지션과 함께 녹음을 진행한다. 그 결과를 놓고 보면 이는 피아니스트에게 있어서 뿐만 아니라 요세핀이나 빌헬름에게도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만큼 이번 작업은 색다른 신선함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면에서 작업을 진행한 많은 예가 존재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어느 한 장르의 우위를 전재로 하거나 특정한 모티브를 인용한 편곡 위주의 작업이 주를 이룬다. 클래식의 우위를 전재한다는 점에서 스테판의 접근은 기존의 방식을 차용하지만, 대신 조금은 더 근원적인 차원에서 자신만의 접근을 제안하는데, 작곡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두 언어의 절충점을 찾아 경계의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연주를 통해 두 가지 장르적 특성을 자연스럽게 융합하고 그 차이를 흐릿하게 지워가는 전략을 취하는 듯하다. 이와 같은 접근은 현대 음악 초기의 실험적 흐름 속에서 흔치 않게 선보였던 방식이지만, 스테판은 이를 보다 대중적인 표현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다. 바로크는 물론 고전파에서 인상주의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음악적 테마를 전통적인 실내악의 엄밀한 구성 내에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클래식의 우위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그 구체적 표현에서 재즈의 공간 구성을 활용하거나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클래식의 규범적인 체계에 내재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확장할 가능성을 선보이며, 나름의 방식으로 두 가지 언어의 차이를 통합하려는 접근을 꾸준히 제시한다. 한편에서는 현대 음악의 미묘함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스테판은 두 장르 사이의 경계 자체를 모호하게 흐림으로써 그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후의 작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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