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Stavros Lantsias Trio - Live at St. Paul’s Anglican Church, Athens (Argo, 2021)

komeda 2021. 11. 22. 21:12

키프로스 피아니스트 Stavros Lantsias의 트리오 라이브 앨범. 세션이나 작곡 및 편곡에서 스타브로스의 이름을 들을 기회는 많았지만 정작 그의 개인 작업과 관련해서는 소수의 녹음과 몇 편의 OST가 전부다. 이번 앨범은 2017년 초, 아테네 성 바오로 성공회 유적지에서 있었던 공연을 수록하고 있는데, 해당 라이브에서 스타브로스는 피아노 외에 멜로디카와 카리용의 일종인 글로켄슈필 등 소형 악기도 함께 연주하고 있으며, 그리스 출신 Andreas Polyzogopoulos는 트럼펫과 플루겔호른, Yiorgos Kaloudis는 첼로와 더불어 그리스 전통 현악기 크레타 리라를 비롯해 다양한 퍼커션을 활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트리오라는 범위를 넘어선 다채롭고 풍부한 사운드의 조합을 들려주고 있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이들 세 명의 연주자들은 그리스의 민속적 테마를 공유하며 긴밀하면서도 밀도 있는 음악적 응집을 보여주고 있다. 규범적인 진행 형식에 우위를 둔 자율적 공간 개방이라는 재즈의 진행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과 균형은 민속적인 테마와 결합해 독특한 심미적 분위기를 완성한다. 특히 스타브로스의 피아노가 민속적인 테마를 활용하면서 재즈는 물론 클래식적인 어법과 자연스러운 변주를 이루고, 그 위에 이오르고스와 안드레아스가 어떠한 라인을 더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음악적 뉘앙스를 발산하며, 장르적 경계를 미묘하게 뒤흔드는 듯한 진행은 이들 트리오 조합만의 고유한 매력을 경험하게 한다. 개별적 공간의 자율성보다 형식적 규범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테마의 구성에서 엄밀한 스타일을 완성함으로써 곡 전체의 분위기에 강한 몰입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솔로는 물론 그 주변 라인의 밀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유니크 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역설적이게도 이와 같은 형식적 엄밀함 속에서 개별 뮤지션의 창의적 표현이 오히려 부각되면서도, 안정적인 균형과 온전한 하모니가 가능할 수 있는 동기가 마련되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분위기는 커버 아트에서 온전히 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사진 그 자체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녹음의 퀄리티를 제외한다면 뛰어난 연주와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얼마 전 이번 앨범의 공개를 기념해 같은 장소에서 이들 트리오의 공연이 열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해당 실황 또한 음반으로 접할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