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fan Aeby Trio - Fairy Circus (music today, 2022)
스위스 재즈 피아니스트 Stefan Aeby의 트리오 앨범. 트리오는 리더의 이름을 걸고 있으면서도 스테판의 개인 활동과는 다른 범주에서 사고할 수 있는 여지가 가득하다. 그만큼 SAT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징과 더불어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한 음악성이 집약되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2010년대 초반 베이시스트 André Pousaz와 드러머 Julian Sartorius의 라인-업으로 처음 결성되었고, 이후 2010년대 중반 Intakt 레이블을 거치면서 드럼 연주자가 Michael Stulz로 교체되어 현재의 진용으로 지속하고 있다. Unit, Ozella, Intakt로 이어지는 음반사의 이적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SAT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서정적 반영을 섬세하게 다루는 스타일에서 차츰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며 개별적 자율성의 자연스러운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차츰 표현의 무게 중심을 옮겨가게 된다. 이는 분명 음악적 유형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SAT의 근본적인 성격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것이 멜로디나 임프로바이징의 함축적인 축약을 특징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일상적 공간에서는 서정적인 유러피언 스타일로 표현되는가 하면, 개별적 자율성이 강조된 환경에서는 프리 재즈와도 같은 유형적 표출을 이루고 있어,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연주라고 하기에도 곤란하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유형적 특징은 각각의 스타일에서도 간헐적으로 드러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측면이 이전보다 조금은 더 잘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섬세한 멜로디의 테마를 즉흥의 공간에서 추상적 양식으로 해체해 집약적인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로 재구성하는가 하면, 축약적인 개별 라인들이 동일한 음악적 맥락에서 라이너 한 조화와 균형을 완성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다면성은 이들 트리오가 지닌 유연함은 물론 상호 인과성에 기반을 둔 강한 응집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SAT의 추상적이고 집약적인 표현은 직관을 바탕에 둔 강한 의식적 행위처럼 보이며, 개방된 자율 공간 속에서도 집요하게 균형점을 향해 수렴해가는 창의적 합의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빛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물론, 냉철함 속에서도 음악적 사색을 유도하는 여유로움이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