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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m Factory - Storm Factory (Belong, 2022)

komeda 2022. 3. 17. 15:17

포르투갈 전자음악가 Rui Maia와 이탈리아계 피아니스트 Giulia Gallina의 듀엣 프로젝트 Storm Factory의 앨범. 루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DJ 겸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와 동시에 X-Wife와 같이 일렉트로닉과 록을 접목한 독특한 음악적 실험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데뷔한 줄리아는 The Loafing Heroes와 같은 집단 프로젝트를 통해 조금씩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에 가깝다. 이 둘은 작년 말 스톰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싱글 “Corporeal”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여 몽환적인 호소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앨범은 이들의 첫 공식 타이틀이다. 스톰 팩토리는 줄리아의 작곡과 피아노 연주에 루이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의 텍스쳐를 합성하여 독특한 분위기의 앰비언스를 연출한다.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의 조합에서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통상적 분위기와는 달리 스톰 팩토리는 전자 악기의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는 물론 그 표현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모던 클래시컬은 물론 추상적인 현대 전자 음악의 특징까지 포괄하는 다양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렉트로닉은 곡 안에서 단순한 사운드 스케이프나 드론, 필드 리코딩과 샘플링 등의 구성 외에도 비트 및 스텝 시퀀싱을 이용한 적극적인 구성을 완성하고 있어, 앰비언트에서 IDM에 이르는 다양한 경향적 특징들을 혼합하고 있다. 때문에 곡에 따라서는 루이의 연주와 진행에 줄리아의 피아노가 부분적인 피처링을 했다고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일렉트로닉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매우 크다. 그렇다고 줄리아의 작곡과 피아노의 역할이 상대화되는 것은 아니며, 이 역시 전체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피아노로 이루어진 테마는 미니멀 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복합적인 구성과 변주를 통해 반복되는 라인은 그 자체로 음악적인 내러티브가 되기도 하며, 새로운 공간 확장을 위한 모티브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피아노는 다양한 톤과 사운드로 튜닝되어 곡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서스테인의 여운이 일렉트로닉과 배음을 이루며 새로운 표현으로 진화하는가 하면, 고전적인 리버브 속에서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경향성을 확정하기도 한다. 또한 루이의 공간 속에 배치되어 적절한 개입을 이루는 줄리아의 연주는 곡의 분위기를 다면적인 표현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일렉트로닉과 피아노의 균형점은 곡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전체적인 표현에서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 스톰 팩토리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의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다. 평범한 조합으로 완성한 비범한 음악적 규합이다.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