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o Sáiz - Resonant Bodies (Music From Memory, 2022)
Suso Sáiz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스페인 전자음악가 Jesús Sáiz Alcántara의 앨범. 1957년생인 수소는 1980년대 초에 데뷔하여 기타리스트는 물론 작곡과 프로듀서로 활동을 펼친다. 그가 결성한 Orquesta De Las Nubes 트리오는 민속 음악을 결합한 뉴에이지 양식을 선보이며, 자국에서 해당 장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이전까지 수소의 활동은 스페인 국경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제한적인 폭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소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경력에 비해 한참 뒤늦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Music From Memory 레이블을 통해 그의 작업이 소개된 것이 그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음은 크게 부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MFM은 앰비언트나 일렉트로닉 외에도 디스코, 퓨전, 팝 등을 포괄하는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대중성보다는 장르적인 진지함을 우위에 둔 듯한 마이너 한 성격으로 인해, 상업적인 성과는 비록 크지 않을지라도, 견고한 다수의 고정팬을 확보한 레이블이다. MFM을 통해 발표한 수소의 작업은 주로 일렉트로닉에 바탕을 둔 앰비언트 계열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뮤지션 자신이 예전부터 추구해왔던 뉴에이지의 양식을 시대의 변화에 따른 현대적 표현을 수용하며 진화시켜왔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흔히들 생각하는 말랑말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명상적 음악을 뉴에이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변 사물 특히 자연 및 인간의 다양한 상호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바탕에 둔 레디컬 한 사상의 흔적을 바탕에 두고 있으며, 수소는 지금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이와 같은 장르적 정체성을 고수하고 발전시켜 온 셈이다. MFM을 통해 발표하는 일곱 번째 작품인 이번 앨범에서 수소는, 타이틀에서 암시하는 바와 같이 ‘진동하는 몸' 혹은 ‘몸의 공명'이라는 개념적 접근을 통해 인간 사이의 유대 및 상호 관계의 복원에 대한 음악적 제안을 하고 있다. 몸의 진동을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로 인식하고, 다양한 소리의 입자가 서로 레이어를 이루며 기존과는 다른 텍스쳐와 톤으로 중첩하는 과정에 대한 집요한 묘사를 통해 소사는 자신의 사고를 음악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소사의 접근이 나름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 이와 같은 과정이 늘 안정적인 하모니, 즉 소통에 도달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인데, 때로는 불완전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의외의 불안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애써 숨기거나, 누구나 원하는 의도된 결말을 위해 인위적으로 굴절은 시도하지 않는다. 이처럼 상황의 복잡성과 그 과정의 다양성을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소사의 깊은 음악적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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