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zun Waves - Earth Patterns (The Leaf Label, 2022)
영국 전자음악가 겸 키보드 연주자 Luke Abbott, 색소폰 연주자 Jack Wyllie, 오스트레일리아 드럼/퍼커션 연주자 Laurence Pike으로 구성된 슈퍼트리오 Szun Waves의 앨범.
루크는 Earlham Mystics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적 활동을 이어온 뮤지션이며, 잭은 Portico Quartet을 비롯해 Circle Traps 등과 같은 강한 개성을 지닌 그룹의 멤버로도 유명하고, 로렌스 또한 Pivot, PVT, Triosk 등의 이전 경력은 물론 최근까지 이어지는 Liars와 같은 펑크 밴드의 활동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드러머다. 이처럼 기존의 활동을 보면 공통분모를 쉽게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완성한 뮤지션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SW의 협력 관계는 예상외로 오랜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트리오가 들려주는 음악적 창의 또한 각자의 경력에 걸맞은 인상적인 성과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부터 부분적인 협업을 통해 음악적인 교류를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 SW의 이름으로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각기 다른 장르적 특징을 포괄하고 있지만, 이를 아우르는 새로운 메타언어를 지향하지 않고, 오히려 각자의 표현을 활용한 집단적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완성하는 독특한 밴드의 문법을 서서히 완성한다. 트리오의 첫 앨범인 At Sacred Walls (2016)의 경우 루크가 제안한 앰비언트의 플로우에 잭의 색소폰 라인을 더하고 로렌스의 드럼이 추가하여 계층적인 레이어링의 특징을 지닌다면, 이후 발매한 New Hymn To Freedom (2018)에서는 편집이나 오버더빙 없이 순수한 라이브의 자율적 창의를 통해 녹음을 완성함으로써, SW 특유의 사운드를 개념화하게 된다. 이미 개별 뮤지션 하나하나가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응집하고 있는 복합적 특징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셋의 협업은 다양한 음악적 표출의 가능성을 개방하기도 하는데, SW는 라이브 퍼포먼스의 성격에 맞춰진 공간적 특성에 집중하며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구축하는 전략적 영민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 또한 이전 작업의 라이브적인 특징을 따르면서, 지금까지 진행해온 다양한 공연에서의 경험까지 반영하고 있어, 더욱 진화한 음악적 성과를 담고 있다. 주어진 테마에 대해 자율적 능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개입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리 재즈 특유의 집단적 임프로바이징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개별 공간에서 연출하는 독특한 사운드와 패턴 등으로 인해 몽환적인 사이키델릭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개별 사운드는 기능적으로 유형화되었다기보다는 개별 곡의 특성에 따른 유연한 활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신서사이저는 단순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한 공간 배경의 연출 외에도 다양한 음향적 특징을 반영한 기악적 개입을 완성하고 있고, 색소폰 또한 프레이즈 중심의 표현 외에도 긴 서스테인의 음을 나열함으로써 그 자체로 고유한 드론 효과를 연출하는가 하면, 드럼 역시 기본 세트를 이용한 분할적인 패턴의 다양한 표출과 더불어 다른 퍼커션을 통해 풍부한 공간의 디테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집단화된 사운드의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개별 뮤지션들에 고유한 표현 또한 온전한 형식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별 사운드가 상징하는 뮤지션의 고유한 특징이, 집단화된 SW의 공간에서 유기적인 인과성을 발현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융합이 인터랙티브 한 연관성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직설적인 대질과 대조를 통해서도 훌륭한 조화를 완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레이기도 하다. 개별 공간에서의 자율성에는 어떤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본능적으로 적절한 균형점을 향해 자연스럽게 수렴해가는 과정은, 다분히 실험적인 이들의 음악적 표현에도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큰 요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특히 견고하게 완성한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을 이어가는 집단적인 합목적성은 이미지너리 한 시각적 연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몽환적인 빛이 더해지며 SW만의 고유함을 더욱 강화한다.
개별 뮤지션들의 고유한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그룹 특유의 창의적인 독자성을 완성하는 모습도 포함하고 있어, 진화를 이어오고 있는 SW의 현재성을 포착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