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VEL - Gravity (Scala, 2022)
프랑스에서 TOVE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Matteo Franceschini의 앨범.
전문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마테오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작곡을 배웠고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전문 음악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케스트라, 합창, 실내악 등을 위한 작곡 외에도 연극과 공연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렉트로닉을 비롯한 피아노와 클라리넷 등에도 능숙한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로 소개하고 있다. 그의 활동은 스트링 쿼텟이나 록 그룹의 사운드를 결합하는 등 복합적인 다양성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외의 여러 프로젝트들은 자신의 라이브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나름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모듈러 신서사이저의 음향적 특징을 활용한 마테오의 음악은 대중 취향의 언어와 표현보다는 실험적인 특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작곡과 연주의 유기적인 연관을 음악에 녹여내는 라이브적인 특징을 함께 포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테오의 공식 첫 녹음인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니스트 Bertrand Chamayou와 색소폰 연주자 Eudes Bernstein과의 협연을 각각의 트랙에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작곡의 경향성 속에 인상주의적 특징을 반영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음향적 요소를 결합하여 보다 모던한 유형의 표현을 실현하고 있음을 예상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짐작에서 크게 빗나간 것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의외성을 포함하고 있어 뜻밖의 강한 매력을 포함하고 있다. 전반적인 연주나 그 표현의 조합에서는 실험적인 모습이 강한 반면 음악 전체의 진행에서 선명한 내러티브를 완성하며, 나름의 구조적 치밀함을 통해 플로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러한 극적 전개 과정에서 구분되는 각각의 단락에 따라 사운드 및 연주의 특징 또한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그 특성에 맞는 음향의 조합을 완성한다. 무척 터프하면서도 과감해 보이는 듯한 외면과는 달리, 이와 같은 세부 사항에 대응하여 조율하는 사운드의 디테일은 무척 세밀하며, 곡의 전개 및 극적인 효과까지 염두에 둔 다양한 요소들의 배열은 치밀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곡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의 활용과 복합적인 사운드의 신테시스를 “Intro”나 “Outro”와 같은 곡에서 잘 드러난다면, “Gravity”와 “Long Playing”의 경우 이와 같은 공간적 특성 속에서 연주자의 자율적 모티브와 해석을 통해 곡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협업의 공간 속에서 작곡의 의도를 관철하며 진행에서의 내러티브를 완성함으로써 곡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협연자의 기악적 표현은 물론 고유한 장르적 특징까지 담아내며 인상적인 시너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 곡들의 경우 각기 다른 묘한 장르적 다면성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피아노와의 연주에서는 클래식과 록을 융합한 듯한 유형적 특징을 바탕으로 긴 서사를 완성한다면, 색소폰과의 협업에서는 재즈와 앰비언트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독특한 애트모스피어를 연출하는 곡을 선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테오는 각각의 곡 성격에 맞는 다양한 음향적 효과와 사운드의 조율을 통해 공간이 지닌 다면성에 풍부한 뉘앙스를 부여하여, 보다 입체적인 연주를 이끌어낸다. 그러면서도 모든 곡들은 라이브적인 역동성을 품으며 거침없는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개별 라인의 표현은 물론 그 조합에서 보여주는 실험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난해함보다는 강한 음악적 힘이 작용하여 훌륭한 몰입을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보여주는 안정적인 미적 완성도는 물론, 주변 악기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룬 인상적인 성취는, 이후 마테오가 지닌 음악적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벌써 이후의 작업을 기다리게 하는 앨범이다.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