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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 - Altrove (Abeat, 2021)

komeda 2021. 11. 25. 17:53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Alessandro Giachero, 베이시스트 Stefano Risso, 드러머 Marco Zanoli로 이루어진 트리오 T.R.E.(Tri Razional Eccentrico)의 앨범. 2000년대 중반 결성되어 지금까지 이탈리아 재즈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트리오로 평가받았던 T.R.E.는 작년 말 알레산드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들의 음악이 전하는 감동과 긴장을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이탈리아 재즈 특유의 멜랑콜리 한 분위기와 달리, T.R.E.는 보편적인 유러피언 트리오의 공간 구성 속에서 특유의 음악적 직관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표현을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한다.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긴밀한 인터플레이를 바탕으로 특유의 음악적 응집을 이루어,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형식과 구성 속에서 그 언어와 표현의 확장을 시도했던 일련의 흐름에도 기여한다. 이들 역시 밀도 있는 인터랙티브 한 공간 활용에 의해 발현되는 강한 운동 에너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앙상블 그 자체가 이루는 미학적 완성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균형감을 드러내며 나름의 유니크 함을 간직하기도 한다. 긴 시간을 통해 완성된 이와 같은 T.R.E.의 조화와 역동은 음악적 유연성을 포함하기도 하여 전통적인 양식에서부터 임프로바이징이 중심이 된 연주에 이르는 동안에도 자신들만의 유니크 한 특징을 반영한다. 이러한 유연성은 단지 자신들 내부에서만 통용되었던 문법이 아니어서 트리오와 Stefano Battaglia가 함께 완성한 녹음에서도 그 면모가 잘 드러나기도 한다. 멤버들 각자가 펼쳤던 개인 활동에서는 좀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면모들이 트리오를 통해 표출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이들 트리오만의 고유한 집단 지성이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공간은 멤버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T.R.E.의 이번 앨범을 단지 마지막 혹은 유작이라고 칭하기에는 큰 상실감이 뒤따른다. 두 장의 디스크로 나뉘어 발매된 이번 앨범은 작곡과 즉흥 사이의 긴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음악적 언어 속에서 창의적 표현이 빛을 발하는 T.R.E.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어쩌면 18년간 지속하였던 T.R.E.의 음악적 여정을 마무리하는 가장 예술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