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nnya - Natural Serenity (Stereoscenic, 2021)
Taennya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러시아 전자음악가 Tatyana Maslova의 첫 앨범. 이번 그녀의 데뷔작을 들어보면 앨범의 타이틀 '자연스러운 평온'은 물론,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한 듯한 커버 아트의 사진이 절묘한 일체감을 준다는 점을 쉽게 느끼게 될 것이다. 앰비언트 계열의 문법적 표현을 사용하여 정서적 평온을 경험하게 하는 타티아나의 음악은 파도, 바람, 새 울음, 비 등 주변 환경의 리듬에 맞춰 진행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바쁜 도시의 일상을 묘사한 듯한 곡에서조차 이러한 흐름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극적인 전개나 빌드-업보다는 지속성을 강조하는 듯한 흐름을 강조하며, 세밀하고 섬세한 텍스쳐를 지닌 여러 결의 사운드들이 서로 얽히듯 이어가는 레이어링을 이어간다. 공간을 과장하거나 부풀리지는 않지만 그 안에 빈틈을 두지 않는 사운드 이미징 또한 섬세하다. 적절한 공간의 스테레오의 이미지를 치밀하게 사용하는데, 특징적인 것은 사운드 스케이프나 드론 앰비언트의 공간과 이펙트의 영역을 분리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할적 표현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풍부한 애트모스피어 속에서 입체적인 이미지를 묘사한다. 입체감이 잘 표현되는 청음 장치를 활용한다면 그녀 음악의 공간적 특징을 더욱 잘 감상할 수 있을 듯싶다. 이처럼 사운드의 레이어링은 물론 공간의 이미지 구성이 이미 잘 짜여 있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하나의 일관된 톤을 유지하며 연속을 이루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이 점이 '평온'을 경험하기 위한 충분한 조건처럼 보인다. 가끔은 짜인 구성의 틀을 유지하려는 강박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다분히 미적 긴장을 의식한 접근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며, 오히려 부드러운 질감의 사운드와 온화한 하모니의 진행 속에서 처연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정서적 이완을 유도하는 듯한 분위기지만 묘한 적막감도 경험하게 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앨범이다.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