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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 Avraham - Preda (Kame'a, 2022)

komeda 2022. 3. 10. 21:12

이스라엘 트럼펫 연주자 Tal Avraham의 앨범. 탈은 2010년대 초에 데뷔하여 다양한 그룹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신만의 서정적 사운드로 나름의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해지며, Eyal Talmudi Quintet, Kutiman Orchestra, Sandman Project 등이 대표적인 그녀의 활동이라고 한다. 대부분 각기 다른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는 활동이라 탈 본인만의 색을 본격적으로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그녀의 개인 타이틀은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녹음에는 베이스 Shay Hazan, 드럼 Nitzan Birbaum, 피아노 Stav Achai, 일렉트로닉 Tomer Baruch, 하프 Ada Ragimov 등이 참여한 독특한 라인-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언뜻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사운드의 조합이지만 막상 연주를 들어보면 그 자체로 절묘한 구성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앨범 수록곡은 대부분 트럼펫의 솔로와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한 공간 배열과 구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탈 본인의 연주와 그 스타일리시 한 면모를 전면에 드러내고 있다. 트럼펫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진행에 베이스, 드럼, 피아노, 일렉트로닉 등은 그 뒤에서 플로우를 위한 토대와 앰비언스를 연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는 단순한 반주 개념이 아닌 솔로의 뉘앙스와 디테일을 세밀하게 완성하기 위한 과정처럼 활용된다. 볼드하고 단단한 무게로 깊게 울리는 베이스와 비정형적인 다양한 패턴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드럼은 그 과정의 핵심을 이룬다.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활용 또한 눈에 띄는데 주변적인 효과와 더불어 공간적 이미지를 완성하는 한편, 트럼펫에 연결된 다양한 이펙트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이머시브 한 공간 구성을 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러 악기로 이루어진 구성임에도, 전체적인 연주는 고유한 톤과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한 엄밀함이 느껴지며, 이는 음악의 내밀한 밀도감으로 표출되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 탈 본인을 포함해 모든 구성원은 감정의 경계를 제한하는 듯한 절제된 연주를 보여주며, 퍼포먼스 그 자체 외에도 공간과 앰비언스의 구성에도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각 악기를 둘러싼 고유한 리버브는 물론, 곡의 특성에 맞게 구사되는 세밀한 이펙트 등을 더해, 때로는 시네마틱 한 느낌을 전하는가 하면, 사이키델릭 한 몽환을 경험하게 해 준다. 기본 구성에는 다분히 레트로 한 사운드 특성을 지녔지만, 이를 세련된 현대적 공간 속에 배열함으로써 다분히 냉소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모던한 형상을 완성하고 있다. 다양한 테마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어두운 분위기의 앰비언트 재즈의 느낌도 연상되지만, 그 색감은 오히려 그레이에 가까운 쓸쓸한 이미지라 나름 매력적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큰 볼륨으로 듣기를 권한다.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