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anczewski - When I Was (Hey!blau, 2022)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Olaf Taranczewski의 트리오 앨범. 올라프는 영화 음악 작곡가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TV 시리즈를 비롯해 게임과 영상 관련 작업에 오랜 기간 기여한 음악인이다. 물론 개인 작업을 통해 피아노 솔로와 현악 및 일렉트로닉을 조합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녹음에서는 재즈의 기본적인 언어와 표현에 바탕을 둔 트리오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올라프에게 있어 재즈는 낯선 장르의 언어가 아닌 것이, 그의 데뷔 초기 Taranczewski Trio (2005)를 통해 트리오 형식의 녹음을 선보인 경력도 있으며, 그의 솔로 연주에서도 해당 장르와 관련된 기교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간헐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녹음에는 베이스 Jean-Philippe Wadle와 드럼 Benedikt Stehle 등 올라프와 10년 이상 음악적 우정을 나눈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다. 첫 녹음은 2020년 11월에 시작되어 작년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Taranczewski의 타이틀로 싱글 발매가 이루어졌고, 이번에 전체 앨범이 공개되었다. 타란체프스키의 이름으로 발표한 트리오 연주는, 올라프의 솔로 작업에서 보여준 미묘함을 고스란히 재즈의 공간 속에서 재현한 느낌을 준다. 본격적인 재즈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신중하게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이것이 해당 장르의 규범적 성격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융합이나 경계의 확장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다분히 통상적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결코 절충적인 모호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란체프스키의 독특한 위상과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큰 장점을 의미한다. 그 언어와 표현은 이미 익숙하여 북미의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발라드 연주의 팬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며, 유러피언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관조적인 공간 구성을 좋아하는 청자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한 매력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트리오만의 독특한 특징을 내뿜을만한 특별한 장치나 기교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지닌 진솔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스텐스에서 자연스럽게 세련미와 우아함이 묻어 나온다. 여유로우면서도 강한 호소력이 지닌 연주가 담긴 앨범이다.
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