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Tall To Sing - New Dance Moves (Shhpuma, 2022)
뉴욕에서 활동 중인 네덜란드 드러머 Flin van Hemmen와 파리에 거주 중인 벨기에 피아니스트 Jozef Dumoulin의 프로젝트 듀오 Too Tall To Sing의 앨범. 이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즈 신에서 비교적 폭넓은 활동을 진행하던 뮤지션들로, 2010년대 중반 Narcissus Quartet에서 함께 녹음과 투어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요제프는 비교적 정통적인 스텐스에서의 재즈 활동 외에도 펜더 로즈나 키보드를 이용한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통해 전통과 즉흥을 결합한 실험적 표현을 확장하고 이를 현대 음악의 맥락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듀오 프로젝트에서도 어느 정도의 실험적 접근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범위를 넘어선 새로운 장르적 표현을 선보이고 있어 상당히 신선하고 놀랍다. 이들의 작업은 2020년 초에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혼돈과 단절의 시대에 이들은 서로에 대한 음악적 관심을 공유하며 각자 거주하던 NY와 파리에서 서로 녹음 파일을 교환하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음원을 주고받고, 여기에 자신의 응답을 더하면, 또 다른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변형을 거치면서 완성된 작업들을 이번 앨범에 수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이들은 각자 자신의 피아노, 키보드, 드럼 등의 연주 외에도 샘플링, 보이스, 프로그래밍, 필드 리코딩 등을 더한 광범위한 음원을 활용하고 있다. 그 광범위한 표현은 마치 사운드 콜라주와도 같은 복합성을 지니고 있으며, 인과성과는 무관한 자율적 즉흥이 형식조차 해체하며 진행되는 듯한 탐색적인 형상을 취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재즈적인 임프로바이징과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장르적 접근으로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익스페리멘탈 한 장르적 유형에서 더욱더 쉽게 설명되는 요소로 가득하다. 장르적 규정이 무엇이 되었든, 그 결과로 전달되는 음악적 메시지는 무척 강한 인상을 준다. 다양한 환경에서 채집된 필드 리코딩은 마치 현실과 격리된 우리의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는 듯하고, 이를 샘플링하여 가공한 레이어는 희화적인 메시지를 내뿜는다. 여기에 각자의 연주를 더해 자신들만의 공간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때로는 몽환적이면서도, 특별한 규칙성을 배제한 나열적 진행을 통해 마치 사고와 의식의 자유로운 흐름을 따라가는 듯하다. 우울하지만 아름답고, 낯설지만 공감하게 되는 음악을 들려주는 앨범이다.
202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