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o Kàla - Indaco Hanami (Abeat, 2021)
이탈리아 재즈 피아니스트 Rita Marcotulli, 베이스 Ares Tavolazzi, 드럼 Alfredo Golino 등으로 구성된 Trio Kàla의 앨범. 이 앨범은 일단 라인-업에서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6, 70대 레전드급 연주자들로 이루어졌다는 경력 만능주의에 근거한 평가를 배척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특출한 개성은 물론 배경 또한 독특한 뮤지션들이 어떻게 음악적 합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만으로도 이번 녹음은 꼭 한 번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 트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각자의 공간에 대한 강력한 존재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 어느 파트 하나 뒤로 물러서거나 자신의 색을 뒤로하지 않고, 마치 정교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정삼각형을 떠올리게 하는 팽팽한 텐션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가 상대를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강한 장력을 발휘할 때나, 전체 공간을 여유롭게 연출하기 위해 그 텐션을 내려놓는 순간에서도 세 멤버가 구성하는 정위감은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경직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그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플레이의 기민함과 유연함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일부 곡들을 제외하면 레퍼토리 대부분은 리타의 오리지널들인데, 이탈리안 특유의 서정적 감성이 느껴지는 발라드 넘버에서부터 현대적인 감각적 창의를 엿볼 수 있는 유러피언 특유의 공간적 배음을 강조한 곡에 이르기까지 포스트-밥 이후 재즈 내의 다양한 장르적 표현들을 아우르는 스타일의 다양성을 선보이고 있다. 곡의 해석과 진행에서도 유연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이어가는데, Pino Daniele의 원곡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어쿠스틱 사운드나 연주가 주를 이루면서도 디테일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리버브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특히 오디오적으로도 뛰어난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어 기왕이면 일반적인 스트리밍 대신 CD 품질의 무손실 음원으로 감상하면 더 큰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20210620